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Oct 24. 2021

명상_ 내 마음 돌보는 시간

'제주 1년 살이' 여덟 번째 이야기



'들랑'과의 첫 만남


제주에 살다 보면 인스타그램은 필수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임시 휴무나 재료 소진으로 인한 조기마감 여부가 궁금할 땐 인스타 공지를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에 살면서 가보고 싶은 곳들을 하나씩 팔로잉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의 팔로잉 목록은 온통 제주의 식당, 카페, 책방들로 채워졌다.


'나를 위한 추천' 목록에도 제주와 관련된 계정들이 주로 올라왔는데, 덕분에 내가 몰랐던 새로운 공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제주 원도심에 있는 명상공간인 '들랑'도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나는 '제주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하는 반가운 마음 반,  '근데 나는 왜 이제야 안 거야!' 하는 속상한 마음 반으로 명상 원데이 클래스를 바로 예약했다.



차명상 원데이 클래스


들랑에 처음 간 날, 나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과 마당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원도심에 이렇게 커다란 마당이 있는 구옥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도 신기했다. 들랑 지기 선생님은 차분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나를 맞아주셨다. 그리고 최근 내 고민에 대해서 귀 기울여 듣고, 위로와 공감도 해주셨다.


들랑 마당의 평상에 앉아 명상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명상하다가 운 건 처음이었는데,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여기 앉아서 명상하는 사람 대부분 운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나니 좀 덜 창피한 기분이었다. 명상 후에는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서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즐겼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나뭇가지, 요란하게 지나가는 비행기, 그리고 내 앞에 놓인 한 잔의 차까지 모든 게 평화로웠다.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명상하고, 차를 마시는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고, 잘하려고 애쓰고 있는 나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었다. 맨날 집에서 혼자 방구석 명상만 하다가 밖에 나와서 선생님과 함께하니, 어쩐지 명상이 더 잘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내기엔 아쉽다는 마음에 또 와도 되냐고 슬쩍 물었다.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도민 중에서는 주기적으로 명상하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대답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그중 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내가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엄마가 된 이후였다. 첫째 낳고 독박 육아할 때는 우울증으로 힘들었고, 둘째 낳고 나서는 번아웃까지 왔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일 가운데 육아가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괴로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10분씩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명상하는 게 좋아서라기 보다는 명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혼자서 명상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져서 10분 내내 아무 생각 대잔치를 하기도 하고, 너무 피곤한 날은 명상한답시고 앉아서 졸기도 했다.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그냥 했다. 잘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명상을 아예 못한 날보다 10분이라도 한 날은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들랑에서의 배운 것들


제주에 내려온 이후로도 아침에 눈뜨면 명상부터 했다. 하지만 내가 과연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상한 데가 하도 많아서 선뜻 알아볼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들랑의 원데이 클래스를 듣게 됐고, 여기라면 괜찮겠다 안심이 됐다.


그 이후로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랑에서 명상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수업을 참여하면서 호흡 명상, 걷기 명상, 바디스캔 명상, 싱잉볼 명상 등 다양한 명상을 경험했다. 또 육아, 커리어 등 내가 현재 많이 하는 고민들에 대해서도 선생님과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고,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애정어린 조언은 모두 내게 큰 힘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만의 리듬을 찾고, 파도 타기를 잘해보자'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전력 질주하는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서,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법을 꾸준히 연습해봐야겠다.



이전 07화 운동_ 내 몸 돌보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