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강연자의 우당당탕 창업 멘토링 이야기
2024년 1월, 공식적으로 백수가 된 이후로 나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각자의 이유로 떠나가고 그것을 슬퍼할 새도 없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갔다. 가장 먼저 사옥을 매각 혹은 임대를 하기 위해 애썼고, 다행히 5월부터 건물 전체를 통으로 임대하게 되어 한시름을 놨다. 그렇게 전업 임대인이 되면서 나는 운동을 시작했고, 그동안의 창업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오고 나서 나는 스레드라는 SNS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회사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여러 차례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공식적으로 '초보 창업자 마인드셋'이라는 주제로 강의 비슷한 것을 개최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강의라기보다는 초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에 가까운 모임이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해 보던 중 올해 2월에 '저리톡'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스레드에서 참가자를 모집했고, 9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짧고 굵게 모여서 강의의 형태로 진행을 해보았다. 소규모 인원을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무지 긴장한 상태로 진행을 했다.
한 번 경험을 해보니 9명이 모이니 한 사람씩 자기소개만 해도 30분이 훌쩍 넘어가고, 밀도 있는 멘토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 하나만 해도 순식간에 20-30분이 지나가니 피드백은 꿈도 못 꿨다. 실제 내가 준비한 이야기도 약 30분 정도의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이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한 명이라도 아주 밀도 있게 멘토링을 해주면서, 고민 상담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 절찬리에 진행 중인 <저리스쿨 : 초보 창업자 마인드 셋>이고 애칭으로는 '병아리 창업자 멘탈 구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리스쿨은 기존의 여러 가지 경험들을 바탕으로 총 4회에 걸쳐 회당 2~3시간 밀도 있는 코칭하는 형태로 최대 3인을 모집하기로 했다. 신청 대상은 창업 2년 이내(예비 창업자 포함)이며, 유일한 조건은 내 책인 창업 실화 소설 <지옥에서 사옥까지>를 정독하는 것뿐이었다. 이번 저리스쿨 1기는 무료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커피, 식사, 대관 등은 전액 내가 부담하고 있다. (2기부터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한 부분)
스레드를 통해 신청해 주신 창업자 중 피드를 꼼꼼히 훑어보고 가장 진정성이 있고, 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해 보이는 3명의 창업자를 선정했다. 오픈 채팅방에 모여 일정을 정하고, 첫 모임의 장소는 사옥 앞 카페로 정했다. 사옥을 보면서 사업의 의지를 불태우자는 의도로 일부러 장소를 그곳으로 정한 것이다.
* 저리스쿨 수강생 1 : @time_mechinic (스레드 ID)
- 나이 : 8n년생
- 창업 분야 : 다이어트 식욕 억제 프로그램 강의
- 창업 규모 : 1인 사업 (창업 예정)
* 저리스쿨 수강생 2 : @jinx.jhk
- 나이 : 9n년생
- 창업 분야 : 이스포츠 선수단 매니지먼트, 게임 아카데미
- 창업 규모 : 3~4인 (창업 2년 차)
* 저리스쿨 수강생 3 : @eduitda
- 나이 : 0n년생
- 창업 분야 : 교육 강의 플랫폼
- 창업 규모 : 3~4인 (창업 2년 차)
정말 신기한 게 피드를 꼼꼼히 살펴보긴 했지만 나이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저 피드만 보고 랜덤으로 선발했을 뿐이었는데, 나까지 포함하여 7n년, 8n년, 9n년, 0n년 각 세대별로 모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세대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
3월부터 시작된 수업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고, 생각보다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나에게는 첫 공식 수업이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어떤 전문적인 기술, 테크닉, 마케팅, IT, 자동화 등 당장 실제 사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보니 과연 이런 내용이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걱정이었는데 모두들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을 덜었다.
현재 3회 차까지 진행된 저리 스쿨의 강의는 1회차 '사람', 2회차 '원칙', 3회차 '숫자', 4회차 '상수와 변수'라는 주제로 진행이 되었고, 마지막에는 실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주제로 개인별 고민 해결 시간을 가져 보았다.
■ 1회차 [사람]
'사업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라는 내 사업 슬로건처럼 사업에 있어서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도 결국 사람이 없으면 사업은 오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1인 창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라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사람이라 함은 크게 가족, 직원, 거래처, 고객, 광고주, 경쟁사, 파트너까지 모두 포함한다. 어떤 사업에서도 사람이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래서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진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진심으로 쌓아놓은 관계는 언젠가 내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그 빛을 발할 것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노력 X 행운 X 사람"의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인데, 이 세 가지 요소는 모두 필수적이며 모두 곱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셋 중 하나라도 '0'이 되면 결국 사업의 끝은 '0'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모든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노력'을 하기에 기본 값이므로 나의 노력이 엄청난 변별력을 가질 수는 없다. '행운' 역시 내가 노력한다고 오는 것은 아니므로 열심히 노력하며 '행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다.
나머지 하나 남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람'. 이것 만큼은 내가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얻고 싶다면, 상대방의 입장으로 빙의되어 상대방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그것을 채워주면서 상대방이 나를 간절히 필요하도록 만드는 스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2회 차 [원칙]
사람들에게 나의 진정성과 필요성을 보여주려면 나만의 원칙을 반드시 정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즉, 사람들에게 나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측이 가능해지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오직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장의 기분에 따라 똑같은 사안에도 어떤 날은 결재가 쉽게 되고, 어떤 날은 꾸중을 듣는다면, 직원은 결국 일 자체의 성과보다 사장의 눈치를 먼저 보게 되어 있다. 온전히 일에 집중해도 될까 말까 할 때에 상사의 눈치, 사내 정치, 끼리끼리 패거리 문화를 만드는데 에너지를 쓰면 그 모든 손해가 온전히 회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보상과 패널티 모두 공정한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지 대표자 혹은 상사들의 기분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결국 모든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 3회 차 [숫자]
사업에 있어서 숫자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사업에서 말하는 숫자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칙연산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더하기만 하려다 보면 더 많이 빠지기도 하는 게 사업이고, 분명히 나눴지만 더 크게 곱해지는 게 사업이기도 하다. 작은 숫자에 대한 정확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때로는 정확성과 작은 이익을 따지다가 더 큰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 순간 빠르게 판단하여 결정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업에 있어서의 숫자란 단순히 빠르고 정확한 계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감각적으로 판단하며 적절한 타이밍에 협상을 밀고 당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특히 직원과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같은 돈을 쓰더라고 언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는 천지차이가 날 수 있다. 나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직원들과 연봉 협상으로 실랑이해본 적이 거의 없고, 인센티브를 줄 때는 항상 직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조금 더 지급하면서 치열한 밀당을 했다.
거래처, 고객, 협력사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미래 가치를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상대의 이익을 높여줄 때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나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가슴에 새겨놓아야 한다.
■ 4회 차 [상수와 변수, 주인의식, 포지셔닝 외]
사업을 하다 보면 온갖 종류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뒤죽박죽 꼬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그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문제(변수)와 그렇지 못한 문제(상수)를 잘 구분하여, 내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변수)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노력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붙잡고 후회하고 한탄해 봐야 에너지만 소모될 뿐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이 가능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내 노력으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점차 줄여 나가려는 시도도 병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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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 보라. 직원이었을 때 나는 과연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주인처럼 열심히 했었는지..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회사를 다니던 시절, 남들보다는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지만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주인의 대접을 해주면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를테면, 지분을 나눠주던지 혹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도 확실히 해준다면 조금은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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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수비수로 출전하여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손흥민의 문제일까, 감독의 문제일까? 당연히 감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 많은 직원들이 있고, 각자의 능력과 장단점이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특성, 팀원들 간의 시너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전술을 쓴다면 분명 효율적이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한정된 인원으로 고효율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한 업무분장과 조직구성이 필요하다.
혹시나 참가자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강의가 될까 걱정이 많았으나 다행히 3명의 1기 수강생들은 매회차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했고, 한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필기를 해가면서 경청해 주었다. 또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해 나갔는지 공유해주기도 했다.
회차별 2~3시간 동안 진행된 모든 이야기를 이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어서 안타깝지만 위 내용들을 기반으로 스스로 마인드맵을 그려가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게 창업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이다. 회사의 철학은 남이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사업의 내용, 직원의 성향,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철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저리 스쿨 : 창업자 멘탈 케어> 1기는 그렇게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1기에서 했던 이야기를 수정 보완하여 2기도 진행해 볼 예정인데 꼭 멘탈 케어가 필요한 병아리 창업자들이 많은 신청을 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