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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손익이 보이는 팀: 7명 아메바경영으로 다시 시작

by 권상민

최근 회사에서 조직개편을 했다.

조직개편을 하면서 대표이사인 나 역시 신생사업을 이끌고 추진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회사인원 전체를 세 그룹‘비즈니스 운영, 사업기획, IT개발’으로 두고 사업을 했다.

여러모로 어려운 경기임에도 회사가 최근 4년간 주력으로 키워오던 사업은 계속 성장을 해서 올해는 세 자리수 억단위 매출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력사업만으로는 회사가 버틸 수 없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결단을 했고, 나는 신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나 포함 6명을 따로 구성해서 아주 빠르게 실험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재구성했다.

필수인원만으로 구성해서 IT개발 백엔드, 프론트엔드 한 명씩, 기획 대고객/내부 각 한 명씩, 디자이너 한 명, 비즈니스 운영 한 명, 이렇게 총 6명으로 구성했다.

조직개편을 단행한지 한 달이 되어 가는데, 요즘 느끼는 것은 6년전 첫 창업했을 때가 떠오른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 당시 CTO개발자 한 명, 주니어 개발자 한 명 이렇게 셋이서 시작했다.

보험사업에 대해서 내가 로직을 화이트보드에 그려주면 CTO가 이해하고 그것을 시연제품으로 만들어줬다.

바로 옆에 붙어 앉아서 즉각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수정하고 고객반응을 반영할 수 있었다.


다만, 초기에는 그랬음에도 어느 순간 나도 투자를 많이 받고 정신 못 차리는 순간이 왔었다.

회사 사무실을 테헤란로 그럴싸한 곳에 크게 잡고, 대표이사 사무실을 따로 둠으로써 과거에 착 붙어서 동고동락하듯이 개발하던 환경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후에는 회사가 등락을 겪기도 하면서 다시 느슨한 모드에서 바싹 쪼이는 모드가 되긴 했지만 내 역할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외부 제휴처를 발굴하고 사업의 젖줄이 되어줄 고객사를 찾아서 제품에 연결하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그리고 올 해 10월에 다시 환경의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나는 나 포함하여 7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신사업을 시작하였다.

팀원들과 함께 어제 티타임도 처음 가졌는데, 정신 없이 한 달을 보내면서 사업 방향 잡은 것에 대한 소감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일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지금 7명이 등 대고 붙어 앉아서 빠르게 방향성 잡고 제품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제품은 처음부터 잘 될 수는 없다. 빠르게 시장에 내보고 고객반응보고, 계속 조정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 확실한 아이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창업 초기에 일본 경영의 신 3대장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많이 읽었다.

그 분은 여러가지로 매우 유명한 분인데 교세라라는 기업을 창업해서 일본 전자제품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일본항공JAL이 죽어갈 때 80대 노구를 이끌고 구원투수로 등장해서 다시 살려내 수만명의 일자리를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나모리 가즈오님이 자주 언급한 것이 아메바 경영이었다.

아메바 세포에서 따온 말로써, 아메바 세포는 아주 작은 그 자체로도 생존하듯이 조직을 아메바 세포처럼 작은 조직으로 나누고 각 조직이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항공에서 오늘 도쿄발 로스엔젤레스행 비행기가 있다고 하자. 아메바 경영을 통해서 오늘 출발해서 내일 도착하는 이 한 대의 항공기 운영을 함으로써 모든 손익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행기 유류비, 공항 이용료, 식음료등 기타 운영비, 승무원들 인건비,고정비 등을 적용하고 손님들이 현재 좌석을 얼만큼 점유해서 총 수익은 얼마인지.

그래서 이 비행기 한대가 출발준비부터 도착까지 약 20시간의 여정을 통해서 이 한 팀이 만든 손익이 얼마인지를 뽑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탁월한 운영이고 관점의 전환인 것이었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사업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위의 이야기가 얼마나 꿈같은 것인지 잘 이해할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우리 팀이 지금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얼마나 벌고 있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한다.

한 달, 한 분기 이렇게 지나서 결산을 해봐야 아는 것이다.

급여 내역, 비용 내역, 수입 내역을 회계 담당직원이 정리하고 몇 일 맞춰야 결과가 나온다.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나는 창업한지 6년째이고 아주 작은 조직에서 몇 십명짜리 회사로 조금 더 키우긴 했지만 나 역시 아직도 아메바 경영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 새로운 기회가 왔고 회사에서 내가 새롭게 한 조직을 이끌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조직은 아메바 경영을 위한 시험대로 써보려고 한다.

곧 서비스 런칭한 이후 매일같이 발생하는 매출과 여기 투입된 비용을 실시간으로 내부 화면에 게시해서 우리가 어떻게 돈의 흐름을 만드는지 팀원들에게, 그리고 회사 구성원 전원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메리츠화재가 2015년경 전직원의 1/4을 한 번에 해고하면서 시작한 구조조정이었다. 그때 메리츠화재의 대표님이 추구하던 것이 아메바경영, 이나모리 가즈오님의 일본항공 재기 사례였다.

전인원을 1/4 명예퇴직하고, 영업조직 절반 이상을 통폐합 한 것이었다.

나는 당시 삼성화재 재직중이었는데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강남대로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건너편에서 정말 살벌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그런데 그렇게 구조조정과 아메바경영을 이식한 이후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의 영업을 외부의 독립적인 보험대리점GA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엄청난 성장세를 구가했다.

손해보험업계 압도적1등이었던 삼성화재가 당시 구조조정을 마친 메리츠화재의 도전에 약 1년넘게 몹시 힘들게 방어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도 메리츠화재는 메리츠금융지주 산하로 주식시장에서도 재편되고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인정받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나의 행위가 아메바경영 관점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오늘 나의 이 행위가 만들어 주는 손익을 철저하게 계산해 보시기 바란다.

그렇게 하루의 행위, 한 달의 행위, 연간 행위가 만드는 손익을 철저히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사업자도, 작은 조직도, 회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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