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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l 08. 2024

여름 맞이 휴무 알림

  실은 알고 있었다. 누가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엉성하게 엮여있던 끈이 하늘하늘 풀어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풀어지는 끈을 혼자서는 묶을 수 없어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잠시만 방심하면 비어있을 자리를 채우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물보다는 술이 어울려 그쪽으로 채웠다.


  단어들이 흩날렸다. 지금은 입에 담기에도 아픈 말들. 둘이서 뜻을 덧입힌 구절들로 구멍을 기워냈다. 다시 벗겨내려면 몇 번이고 사용하여 닳게 만들어야 할까, 없는 셈 치고 못 본 척하며 살아가야 할까.


  2주 혹은 한 달. 6개월 혹은 1년. 어느 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있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으니 이건 또 무엇으로 기워야 하나. 기억력이 좋아서 나쁜 점은 추억이 바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 힘에 부칠 때 몇 번이고 돌려봐서 그런지 색감이 또렷하다. 보통 많이 돌려보면 빛이 바래지 않나. 이상하다.


  당분간 제 마음은 휴무예요. 폐허가 된 공간에 사람이 들어올만한 단정한 울타리가 생기면 그 때 다시 오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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