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서재는 묵묵히 먼지만 쌓여갔다
아내는 내게 말했다.
"그렇다고 하루 다섯 페이지도 못 읽어?"
왜 책을 읽지 않냐고 나는 물었다.
물론 이 글을 보면 아내는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위안을 주고 힘을 주는지 알게 된다면 그깟 사사로운 기분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말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아내가 책을 못 읽고 있는 이유는 실로 다양했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모두가 그럴싸했다.
"하루 종일 집안일 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요즘 좋아하는 드라마 정주행 중이거든?"
"유튜브 조금 봤는데 하루가 다 갔네?"
이유와 핑계는 다양했다.
핑계를 주제로 한 시간 정도는 거뜬히 수다를 떨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투덜대는 아내에게 아무 말 없이 책을 쥐어줬다. 마지못해 아내는 책을 들었지만 한 페이지 넘기더니 책을 내려놨다.
"밥 할 시간이네?"
책을 내려놓는 이유가 밥이라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니 더 이상 책 같은 걸로 나에게 딴지를 걸지 말라는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아내는 책을 읽지 않는다.
이 글은 폭로의 글도 아니요, 나 또한 다독의 왕도 아니니 그저 뒤늦게서야 책을 읽게 되면서 얻게 된 유익하고 좋은 세계로 인도하고 싶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그런 심정으로 권유하는 남편의 이야기일 뿐이다.
어쨌든 우리는 너무도 바쁜 시절을 살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