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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랭 Dec 05. 2024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2)

좋아하는 일들, 그것의 공통점을 찾아라!


 나는 돈, 명예, 다 떼고 순수하게 ’ 좋아하는 일‘만을 찾아보기로 했다. 10년 간 질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것으로 무언가를 이룬다면 정말 좋겠지만 안 돼도 ’ 어때요, 즐거웠으니 괜찮잖아요.‘를 말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걸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일단 대학 전공부터 학생 때 했던 동아리 활동까지 내가 한 활동들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적고 보니 ’나‘라는 사람이 좀 보이는 듯했다. 나는 참으로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불행히도 한 가지를 끈질기게 해내지는 못하는 사람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만화가’가 되겠다고 친구들과 매일 만화 주인공들을 베껴 그리고, 늘 완성하지도 못할 만화 연재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인터넷 소설 붐에 이끌려 좋아하는 만화 팬 페이지에 팬픽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제2의 ‘귀여니’가 되겠다던 당찬 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보다 아카펠라 동아리 활동에 빠져 틈만 나면 노래 연습을 하겠다고 노래방을 그렇게 들락날락거렸다. 대학교 때는 여름 방학에도 왕복 3시간 걸리는 학교를 매일 갈 만큼 연극에 열정적이었다. 나는 내가 ‘전도연’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기획자로 공연을 올렸을 땐, 소주를 마시며 ’ 연기란 무엇인가 ‘를 논하기도 했다. 아이돌이라도 된 듯했던 교생 기간을 거쳐, 기간제 교사, 학원 강사, 인터넷 강사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내 운명이라고 느꼈던 적도 있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는 내 손을 거쳐 책이 나온다는 사실이 참으로 보람찼다. 그 밖에도 소소하게는 체육 대회 때가 되면 모든 종목에 참여해야 직성이 풀렸고, 일본어 공부에 진심이었던 때도 있었다. 심지어 나는 내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춤도 췄다! 친구들은 그런 나에게 “너 그럴 줄 알았다.”라고 했다. 이것저것 참 지치지도 않고 일을 벌이며 산 삶이었다. 그런데 이 중에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게 있던가. 앞으로 10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은 있는가. 그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좋아했던 활동들, 특히 예체능 활동 같은 경우 대부분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일들이 많았다. 할 때는 참 즐거웠는데 어느 정도 호기심과 즐거움을 충족하고 나면 그 호기심이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끈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분야의 즐거움과 만족감은 딱 거기까지였다. 노래든 악기든 연기든 그림이든 한 번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시작은 했으나, 내 기준에 ‘이 정도 해봤으면 할 만큼 한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면 또 미련 없이 빠져나와 다른 건 또 뭘 해볼까 두리번거리는 식이었다.


그나마 지지부진하게나마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활동들도 있긴 했다. ‘영어’와 ‘일본어’ 공부는 새해 목표에 꼭 끼워 넣는 항목들이었다. 물론 생각보다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늘 새해에 굳게 다짐하고 과감하게 관련 공부 앱을 결제한 후 며칠 열심히 하다가 조금씩 흐지부지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넣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것 같아 억지로라도 끼워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들은 ‘잘하고 싶은 일’이었다. 좋아한다고 하기엔, 갈망하는 마음이 커서 늘 조급해지는 일들. 더욱이 이것들을 들고 파서 10년 동안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가? 아니, 나는 그렇게까지 이 일들을 즐기지 못한다. 결국 나는 이것들도 ‘좋아하는 일’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다. 정말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건가. 나는 이토록 줏대도 없이 이것저것 되는대로 하며 산 사람인가. 자괴감이 들려던 그때, 어차피 구체적인 한 가지 일을 찾지 못할 거라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전했던 모든 활동들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 많은 취미와 활동들 중 나는 왜 그것들을 선택했을까. 그것을 알아내면 내가 앞으로 계속 해낼 수 있는 찾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마침내, 시도했던 대부분의 일들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들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 부르는 노래가 아닌 함께 화음을 만들어 나가는 아카펠라를 좋아한 것도, 여러 사람들과 합을 맞춰 연습을 해야 하는 연극을 사랑한 것도, 글을 쓰는 것 마저 나는 혼자 몰래 쓰는 법이 없었다.(그러고 보니 브런치 활동 또한 그러하다. 소오름) 체육 대회에 목숨을 건 것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역시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기에 즐거웠다. 심지어 편집자일 때는 맡은 일보다 아무도 말을 안 해 숨 막히는 ‘I집단’의 점심시간에 어떤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풀어야 할까를 더 많이 고민했다. 과거의 활동들 중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그때 만난 사람들과는 아직도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 역시 설명이 되었다. 심지어 월 천만 원 벌겠다고 깝죽거릴 때도, 다른 건 시도도 해보지 않고 SNS만 주구장창 팠던 이유도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화를 할 수 없었던 이유 역시  SNS로 알게 된 사람들이었지만 그 사람들에게 ‘팔이 피플’로 남고 싶지 않아서였다. 언어 공부를 하는 이유 마저 외국 생활을 하며 느꼈던 소통의 아쉬움이었다. ‘열심히 외국어를 배워 그 나라 사람들과 막힘없이 소통하고 싶다.’ 그 생각 하나로 나는 올해도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생각보다 일관성 있는 사람이었다. 두둥! 나는 드디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나는 ’ 오지랖‘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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