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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Oct 22. 2021

“남편 잘 만났다”는  말의 의미

삶은 여행


남편 잘 만났네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말이 뇌리에서 가시지 않는다. 남편을 왜 잘 만났다는 것일까? 해외에 살게 되어서? 유럽에 살 수 있게 되어서?

그러면 한국에 사는 아내들은 남편을 잘 못 만났다는 것일까?



“아이들이 부모를 잘 만나서 복 받았네요!

최근엔 이런 말도 자주 들었다.

이건 또 무슨 뜻일까?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모두 복이 없다는 뜻일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흔히 “동경”이나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생겨난다.


하지만 모든 삶의 이면에는 반듯하게만 보이는 면.

면과 면이 만나 이루어진 뾰족한 꼭짓점이 존재한다.

구석에 숨어있는 꼭짓점에는 보이진 않지만 무수히 숨어있는 문제들이 먼지처럼 쌓여있다.




남편은 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해외에서 취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첫 아이가 100일이 되었을 때, 그는 정말로 해외취업에 성공해 방글라데시로 나갔다.

방글라데시에서 6년, 인도에서 3년을 사는 동안 그는 두 번의 이직을 했고,

이탈리아행을 선택하면서 세 번째 이직을 했다.


“외교부에서 일하나요?”

“아니요.”

“대기업 종사자인가요?”

“아니요.”

“사업을 하나요?”

“아니요!”

“그럼, 능력자인가요?”

“글쎄요….”



그가 선택한 첫 회사는 작은 제조업 회사였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분야의 일을 하면서도 그는 영어공부를 놓지 않았다.

이 말인 즉, 나 홀로 독박 육아를 했다는 뜻….


그가 선택한 두 번째 회사는 조금 더 큰 치과계통 의료업계 회사였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위해 죽어라 공부해야 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독박 육아를….


그가 선택한 세 번째 회사는 두 번째 회사와 비슷한 계통의 다른 회사였다.

음…. 코시국에 해외이사를 하고, 국제이사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이제 많이 커버린 아이들의 학습은 모두 내 책임이 되었으며, 새로운 학교에 아이들을 입학시키기 위한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선택의 결과는 어마 무시하다.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며 산다.



나는 남편을 잘 만난 것일까?

아이들은 부모를 잘 만난 것일까?


내가 아니었다면, 무뚝뚝한 그 옆에서 무던히 견디며 험난한 이 길을 걸어갈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아내를 잘 만난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새로운 학교에 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 지쳤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이들을 잘 만난 것은 아닐까?



눈에 너무 잘 보이는 장소를 통해서 잘 살고 못 살고를 따질 필요는 없다.

좋은 집에 살아도 지옥이 될 수 있고,

단칸방에 살아도 천국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이 길이 꽃길은 아니더라도,

유쾌한 길이 되길….


그래서 우리는 두 손 꼭 잡고 이탈리아행 비행기를 탔다.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 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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