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서울로 향한다. 동네에서(나는 경기도민이다) 만나보기 어려운 아름답고 훌륭한 공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장소는 자연스레 좋은 감정을 이끌어내고, 이 경험에서 비롯된 심리적 만족감은 나도 모르는 새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나는 영감을 주는 공간을 사랑한다. 겉보기에는 근사해 보일지 몰라도 집으로 돌아온 뒤에까지도 여운이 짙게 남는 공간은 드물다. 이런 공간들이 경기도라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고, 서울이라고 무조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한남/성수에 근사한 공간이 많은 것 같다.
오늘은 성수의 POINT OF VIEW를 방문했는데 정말... 훌륭했다.
세리프 폰트의 고풍스러운 블랙&화이트 상호명. 특히 건물 입구의 문까지 신경 쓴 점이 인상 깊었다. 대문의 손잡이를 잡는 순간 여기가 노팅 힐인가 싶더라. 우측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문구 매장이 나타난다. 가구 덕후인 나는 들어가자마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모든 가구를 DP, 재고 보관 등 각각의 용도에 맞추어 주문제작한 듯 보였는데 가구들의 수준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테두리에 흰색 상판, 그리고 그 위에 가지런히 놓인 아름다운 필기구와 책 관련 용품들... 가구 밑부분의 서랍 손잡이가 참 맘에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서랍장에 소프트 슬라이딩 기능이 적용되어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한번 열었다 닫아보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좌측) 연필 깎이 (우측) 높은음자리표 지우개 및 연필
가구와 책 배치까지, 디렉터가 누굴까요 퀄리티 실화입니까
고객들이 계속 구경하면서 상품들을 만지는 통에 디스플레이가 흐트러지는데 가게 내부의 많은 스태프들이 씬(scene)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돌아다니면서 끊임없이 원위치로 되돌려놓더라. 편집증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덕에 이 공간만의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거겠지.
디테일도 놓칠 수 없지. 거울 위 조그마한 실버 램프는 Italy 아르테미데 제품이다.
바닥 타일의 블랙/화이트/브라운 컬러링과 사선 배치는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벽을 따라 블랙&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마감한 점은 가히 화룡점정이었다.
최근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읽고 언젠가 한국의 츠타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던 내게, 성수 POINT OF VIEW 방문은 신의 한 수였다. 공간을 사랑한다면 꼭 가보시길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