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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e Oct 02. 2019

오가닉 코튼이 좋아

근데 오가닉 코튼은 대체 뭐지.

나는 면 옷을 좋아한다.

실크 레이온 등 원단 옷도 입어봤지만 개인적으로 면이 나와 가장 잘 맞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입었던 것처럼 내 몸에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다. 최근 옷장 정리를 하면서 내가 자주 입었던 옷들 대부분이 오가닉 코튼 의류였다. 원단이 유독 더 부드럽고 편안해 한 점씩 사 입던 옷들이 점점 쌓이면서 옷장에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 나는 왜 유독 오가닉 코튼이 편안한 거지?라는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이 질문은 오가닉 코튼 그리고 더 나아가 윤리적 소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일단 '오가닉 코튼'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면,



'오가닉 코튼' 란 농약과 화학 비료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자란 목화다.

농약과 화학 비료 대신 소똥과 벌레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해 목화를 재배하는 농법은 환경보호 외 목화를 재배하는 농민에게도 이점을 준다. 세계 최대 섬유 생산국 인도의 목화 농가를 살펴보면, 농민은 대금업자가 추천한 농약과 화학 비료를 고가로 강제로 사게 돼 농지가 저당 잡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많은 목화를 재배해도 다시 가난해지는 경제적 빈곤을 야기한다. 반면 오가닉 코튼 농법은 일단 농약으로 불필요한 돈을 방비할 필요가 없게 된다. 동시에 직접 농약을 살포하는 농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없어진다. 어떻게 보면 재배만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이 비효율적인 방법은 궁극적으론 경제적, 사회적 측면으론 더 효율적이라는 샘이다.


나는 일반 면보다 오가닉 코튼이 함유된 옷이 훨씬 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소비자들도 이런 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은 면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차이점이 있는 걸까? 역시 화화적 비료가 원인이었다. 성장촉진제가 살포된 목화는 딱딱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반해 오가닉 코튼은 그런 화학적 비료가 없기에 본래 목화의 부드러움이 유지된다. 조금은 느릴지라도 자연의 흐름을 품은 이 묵묵한 생산물은 고스란히 자연스러움을 소비자에게 이어 안겨준다.



여러 긍정적 측면도 있는 반면 문제점도 있다. 오가닉 코튼이 실제 환경에 긍정적 영향이 끼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재배 과정서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원단 염색 시 상당한 폐수를 배출하여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다양한 염색약품처리 및 가공을 하게 되는데 무농약 코튼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일부 공장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원단 염색 후 옷을 만드는 게 아닌, 이미 만들어진 옷을 염색하는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장들은 기존의 염색 방식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다음 오가닉 코튼의 진위여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저개발 국가의 오가닉 코튼이 저가로 무분별하게 수입되어 진짜 유기농 원단인지 판별이 어려워지고 있다. 재배부터 봉제까지 각 단계별로 인증받는 것을 원칙이지만 현실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증 기관은 일부 양심 없는 공급업체의 난립을 방지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소비자는 구입 시 로고, 인증번호, 판매 업체를 확인하고 지나친 저렴한 제품은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저가 오가닉 코튼이 모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재배 구조상 일반 면에 비해 고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부 판매처에선 오가닉 코튼 함유 상품은 건강이 좋아진다는 과대광고를 종종 하는데, 오가닉 코튼은 친환경적 재배 방식을 취한 면일뿐 소비자의 건강 향상된다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천연 염색을 하거나 염색을 하지 않을 경우에 화학 처리를 안 했기 때문에 건강에 무해하나 영양 공급 및 건강증진이 되는 건 아니다.


여러 측면에서 오가닉 코튼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긍정적인 영향과 아직 미흡한 문제점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분명한 건 오가닉 코튼은 '지구의 건강'과 '더 나은 농민의 삶'을 고려한 생산물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유기농 원단으로만 알고 입었던 이 한 점의 옷이 범지구적, 인류애 등을 함께 내포되어 있었다. 나의 작은 선택이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가닉 코튼에 대해 알게된 이후 나의 소비 습관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엔 나의 필요와 욕구가 우선적이였다면 지금은 구입 전 생산 과정이 과연 윤리적인지 혹은 소비함으로써 누군가에겐 해가 되는 건 않는가 하는 자기중심적에서 좀 더 포괄적 생각으로 전환 되었다.


매일매일 입고, 쓰고, 먹는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일상 소비재.  

당신의 일상 소비재는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나요?

알고 입고, 알고 쓰고, 알고 먹으면 더 행복한 일상들도 함께 늘어날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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