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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n 24. 2024

내 나이 37, 이제야 경로이탈을 꿈꾸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정해진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생각한 적이 없던 사람이다. 단순하게도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기에 해내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고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40살을 눈앞에 두고야 비로소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계기는 내 인생 최초의 경로 이탈이었다. 직장에서 처음으로 남들보다 뒤처진 나를 마주하면서 깊은 좌절감과 무력감, 분노, 절망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지만,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휩쓸고 간 자리에 현재와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나만의 길을 개척해야겠다는 희망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새롭게 경로를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어떻게 돈버는 일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지금부터 탐색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내가 좋아하는 것 -


1. 나는 생각하는 건 안 좋아하지만 글쓰는 건 좋아한다. 끄적이기, 메모하기도...


2. 나는 카페에서 멍 때리거나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3. 나는 기한이 정해진 일을 나만의 스케줄대로 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4. 나는 아침에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5. 나는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여행 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아한다.


6. 나는 혼자 일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종합해보면 현재 직장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글쓰는 일이 주된 업무지만 같이 일해야 하고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없고 보여주기 위한 일들도 많다. 여행이나 운동을 내가 원할 때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현 직업을 선택할 때 일 자체만을 고려한 점이 15년 이상 흐른 지금 일 외의 단점이 일보다 커진 상황을 만들었다. 일로 인한 성취감과 만족감은 체감하는데 비해 경직적인 업무 환경과 정치적인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체증하지만, 나는 후자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일 외적인 요인이 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남은 20년의 회사생활을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텐데 이 일은 그렇지 않다. 


이런 고민을 15년 전에 했어야 하지만 당시에는 정보도 부족했고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무지했다.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상대의 장점보다 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장점이 독보적인 사람을 선택하기보다 내가 참기 어려운 단점을 가진 사람을 거르라는 조언이 있다. 직업 선택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연봉, 복지, 근무환경, 정년 등 다수의 구직자들이 관심을 갖는 장점보다 실제 근무자와의 대화, 각종 채널을 통한 정보 등을 통해 접하는 단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고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길을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만드려는 노력을 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최근 의대생 증원이 결정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의대로의 편입을 준비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과감한 결단력과 용기는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 사람들처럼 나만의 길, 제3의 길을 찾아 이제부터 길고 험난한 여정을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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