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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김씨 Jul 08. 2024

내 나이 37, 입학 전 독서를 시작하다

< 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초등학교 때 독서를 많이 해서 상을 받은 기억도 있고, 맞벌이 하느라 바쁘신 부모님이 1. 일요일 오전만큼은 나와 동생을 집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시립도서관에 데려가 보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신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첫 독서의 기억은 만화였다. 그림으로 각 나라의 역사와 위인들에 대해 배웠다. 점점 그림보다 글이 많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본격적인 독서의 길로 들어섰던 것 같다. 일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2. 집 근처 책방에서 신나게 책을 빌려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내가 어릴 때는 만화책부터 비디오까지 대여하는 가게들이 꽤 있었고 심심할 때면 가게에서 신작을 살펴보는 것이 내 취미였다. 권당 300~500원 정도 였는데 나는 금액권을 결제해두고 책을 대출했었다. 중학교 때부터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학습량이 증가하면서 점점 독서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책을 손에서 놓게 되었고 수험서가 내가 보는 책의 전부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아기 때부터 책을 읽던 습관은 수능 언어영역에 꽤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지 않은지 6년 가까이 되었지만 수험지문을 읽고 판단하는 데 어릴 때 독서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했는지, 모의고사 점수보다 5점 이상 상승한 언어영역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전까지 아무 생각 없었던 책 읽기의 효용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계기였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드디어 수험서 읽기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다. 3. 대학교 도서관의 수백만 권 책들은 내게 다시 어린 시절 책방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여기 있는 책들을 다 읽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까지 들게 했다. 문학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책을 읽었고 고향에서 상경하면서 느꼈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직업을 위한 수험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을 끊고 수험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독서 역사는 다시금 단절되었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일과 관련된 자료를 읽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활자보다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여기까지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독서의 역사가 아닐까 싶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연간 독서량이 10권 미만인 경우가 많고 출퇴근 대중교통 안에서도 대개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신기하게도 내가 유학생활을 했던 유럽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다. 어디서든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연결되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휴대폰 연결이 안 되는 장소가 많이 남아 있고 공공 와이파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느린 인터넷 속도가 너무 답답해서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빨리 유명 관광지와 맛집에 가고 싶은데 휴대폰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보지 않고는 잠시도 안심할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면서부터는 느릿느릿 인터넷에 적응이 되었는지 휴대폰을 보면서 걷지 않게 되었다. 그랬더니 주변이 보였다. 길에서든 대중교통에서든 카페에서든 책을 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 왔다. 그 모습이 여유롭고 편해 보였다. 나도 귀국하면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바쁜 직장생활과 대학원 수험생활 중에서도 조금씩 책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없어서 30분을 걸어가야 책을 빌릴 수 있지만 가끔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출한다. 그리고 출퇴근길에 조금씩 책을 읽는다. 이제 나는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기 때문에 더욱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권 읽기'처럼 정량적인 목표가 아니라 '꾸준히 조금씩 읽기'처럼 긴 호흡의 목표를 설정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십년 간 성과를 내느라 지친 나에게 독서는 일이 아니라 취미가 되었으면 했다. 다시 학교로 가서는 학교 도서관에 10분이라도 가서 책을 읽도록 노력할 것이다. 느리지만 평생 습관으로 독서를 손꼽게 되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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