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l of Ten Falls, 그리고 더블더블
부활절을 맞아 금요일을 쉬는 기념으로 남쪽에 있는 오리건에 폭포 구경을 가기로 했다. 폭포는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는 봄, 가장 강력한 유량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번 하이킹 시즌은 조금이라도 봄이 일찍오는 남쪽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포틀랜드에서 한 시간쯤 남쪽으로 내려간 오리곤 주 세일럼이라는 도시 근처에 있는 Silver Falls State Park의 Trail of Ten Falls, 굳이 번역하자면 열 폭포의 길이다. 말 그대로 트레일을 따라 걸으면 10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고도 상승이 크지 않아 초반엔 산보 정도라고 생각을 했는데 전체 트레일을 완주하고 구석구석에 있는 폭포들까지 빠짐없이 둘러보니 (8.5마일, 13.6km) 발바닥이 조금 아팠다. 난이도가 비교적 쉽고 볼거리가 빼곡하다 보니 오리건에서 제일 인기 있는 트레일이라고 해서 주차를 약간 걱정했는데 (늑장 부리다가 늦게 가서) 주차장이 아주 넓었고, 심지어 무료 전기차 충전소도 4개가 있었다 (충전까지 했으면 좋았겠지만 자리가 꽉차있었다).
이 트레일은 빡센 하이킹 코스라기 보다도 지역 관광지이자 명소이다 보니 이것저것 구비가 참 잘 되어있었는데 트레일 시작하는 곳에서 챙겼던 지도가 특히 유용했다. 폭포를 마주할 때마다 여긴 무슨 폭포야? 어디로 가야 돼? 할 때마다 매우 유용한 지표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남쪽 폭포 로지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남쪽의 Rim Trail을 따라 North Falls까지 간 후, Canyon Trail로 돌아 나오는 루트를 택했는데 13km가 넘는 긴 트레일이 부담스럽다면 왼쪽의 작은 룹만 돌고 북폭포 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처음 마주쳤던 Winter Falls, 겨울 폭포. 우리가 가던 트레일 바로 위에 있지는 않아서 잠시 경로 이탈을 했다 와야 했지만, 선명히 드러난 지층과 열대우림을 닮은 푸르른 배경이 인상깊었다.
이 둘레길의 남폭포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북폭포. 엄청난 유량과 파워로 한줄기로 굵게 떨어지는 물줄기와 뒤편에 자리한 동굴 통로까지 멋지고 장엄했다. 이 폭포가 이 계열로는 제일 멋있어서 초반에 이런 멋진 폭포가 나온 것이 좀 아쉽기까지 했다. 폭포도 폭포지만 오리건 화산지대에 위치한 만큼 폭포 뒤쪽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동굴 구조가 아주 흥미로웠다.
폭포 뒤쪽으로 나있는 동굴은 이곳이 화산지대라 생긴 특징적인 지형이다. 현무암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화산재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응회암 지층이 침식되어 동굴이 만들어졌고 단단하고 검은 현무암 층은 폭포를 만드는 절벽과 낙차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현무암과 응회암 사이로 있는 얇은 모래와 실트 지층이 또 하나의 층을 이루고 있어 지층 구조가 선명하게 구별이 된다. 이런 지형은 North Falls 뿐만이 아니라 다른 폭포들에서도 계속해서 관찰되었다.
Middle North Falls 폭포. 북 폭포와 남 폭포가 강력하고 어마어마한 한줄기의 폭포를 자랑한다면 이 폭포는 여러 갈래로 펼쳐진 물줄기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공원에서의 최애 폭포.
그 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폭포들.
마지막으로 마주한 South Falls, 남 폭포. 시계 반대 방향으로 트레일을 걸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도달했는데 너무 오래 걷다 보니 저 폭포 밑에 가면 물줄기가 너무 세서 압사하겠지? 하는 미친 소리가 나왔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물들이 쏟아지지, 천둥처럼 울리는 소리에 속이 시원해졌다. 평생 봤던 폭포보다 많은 폭포를 한 번에 구경한 것 같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워싱턴엔 아직 입성하지 않은 나의 최애 버거집, 인앤 아웃. 때문에 오리건에 갈 때마다 참새 방앗간 마냥 들르고 있다. 원래는 오리건으로 내려가는 금요일에 한번, 올라오는 일요일에 한 번 들르려고 했는데 부활절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결국 금요일 토요일 연달아 인앤아웃을 방문했다. 이틀 연달아 저녁으로 인앤아웃을 먹었지만 어찌 매일 먹어도 맛있는건지, 인앤아웃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이 인앤아웃 지점이 우리가 가본 최고 바쁜 지점이라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에 관광객까지 다 모여있는지 매장 안은 사람들이 너무 바글바글 했고 주문을 하고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더블더블을 영접할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 약간 스트레스풀한 식사였지만 인앤아웃의 더블더블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해도 절대로 과언이 아니었다.
봄을 맞아 우렁찬 폭포, 산행 후 먹는 꿀맛의 더블더블까지 - 2025 하이킹 시즌의 문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