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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들레 Oct 30. 2018

<프롤로그>나는 매일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것은 양극성 장애(조울증)에 대한 저의 이야기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요.


양극성 장애(조울증)에 대해 많이들 알고는 있으나, 정확히 어떤 병인지는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어떤 심리 변화를 겪을 때, ‘나 조울증인가?’라던가, ‘너 우울증 환자 같아!’라는 말을 쉽게 내뱉고는 한다.    


일반적인 조울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고, 많은 사람이 흔히 알고 있는 조울증은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는 조증과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울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조울증 증상을 아우르지는 않는다. 이외에도 조울증의 세부적인 병명은 다양하게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간단하게 조울증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진단기준은 4일 이상 조증이 지속하였는지에 따라 I 유형과 II 유형으로 나뉘고, 나 같은 경우는 처음 조증 발병 시 5일 정도 증상이 계속됐다. 그 이후 아침에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가 저녁만 되면 우울해지는 조울 증상을 보였다.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던 나를 본 친구들이 권유해서 치료가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내가 조울증이 있다고 고백했을 때 "꾸준히 약 먹고 치료받으면 좋아질 거야."라고 다독여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쩌면 이전 세대와 달리 이러한 정신 병리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열린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근래에는 정신병원은 ‘무서운 곳’, ‘낙인이 찍히는 곳’이라는 인식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신치료에 대한 편견은 사라진 걸까? 예전보단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관대한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매스컴은 정신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해 ‘환자’ 임을 매우 강조하며 간혹 발생할 수 있는 누군가의 사례를 자극적으로 강조하고 비추고 있다. 그 때문인지 처음 상담을 염두에 두는 사람들은 “병원 기록 때문에 보험 손해 보면 어쩌지?”. “이런 기록이 취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두려움 혹은 잘못된 인식을 하기도 하고, 치료 시기를 놓쳐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거나 재치기를 하는 등의 신체적 반응이 나타난다면,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정신 장애의 경우 조금 증상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선입견 또는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고 치료 시기가 늦어져 일상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사람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신만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할 때가 아닐까?


정신 장애는 초기에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일상생활과 삶의 질이 달라지고, 현재 내 병에 대한 인식이 얼마큼 있느냐에 따라 약물 복용과 병을 잘 다스릴 줄 알게 된다.    

그러나 치료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모든 부분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환자가 증상이나 증세가 호전되었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약물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나 또한 처음에는 병에 대한 인식도 없었고, 나는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며 부정하던 때가 있었다.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정에 시달리면서도 스스로 약물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렇게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내 감정을 누군가 붙잡아 주길 바라면서도 너무 힘든 어떤 날에는 스스로 삶을 놓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죽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마음도 있었다. 더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더니 매일 숨죽여 사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나와의 싸움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음에도 남들이 먼저 알아차릴까 봐 걱정하기 일쑤였고, 항상 이유 없는 걱정과 불안에 떨며 내가 겪은 '양극성 장애'의 'o'자 하나라도 나오지 않게 저 깊숙한 곳 어딘가로 밀어 넣어 남들이 찾을 수 없을 만큼 꼭꼭 숨겨야만 했다.    

작아진 내 모습에 부모님 또한 “그건 직장 생활하면서 네 약점이 될 수 있으니 사람들에게 절대 들키면 안 돼”라고 하셨고, 누군가가 우연히 알게 되는 순간에는 발가벗겨진 사람처럼 며칠 동안 엄청난 수치심과 두려움, 우울함에 몸부림치기도 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했을까?

왜 이렇게 난 날 감추기 급급했을까?   

 

어떤 모습이어도 나는 ‘나’ 일뿐인데, 양극성 장애를 겪은 아픔보다 내가 나를 감추려는 모습이 스스로 더 많은 아픔을 주고 있었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또 이야기하게 되더라도 ‘그럼 어때?’라는 생각은 왜 단 한 번도 하지도 못했고, 할 생각도 없었을까?    


누군가가 나의 그러한 부분을 약점으로 삼았다면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었는데, 말하기 싫으면 내가 먼저 얘기하지 않았음 되는 거였고, 굳이 몸부림칠 이유 없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되었을 것을…….    


그러나 이런 마음으로 내가 양극성 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밝히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다짐했을 때, 나는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것처럼 속이 너무 후련했다.    

혹시 나와 같은 경험을 겪었거나 겪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 이제 행복해지자.

그리고 더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나는 나답게 살아보자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젠 힘들이지 않아도 돼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으니까!




매주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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