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사항에 대해서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한다. 표 나는 붉은 색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문제는 색이 아니다. '대놓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1.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서로 잘 알고 있고
2. 그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보고 듣고 있는 상황에서
3. 누군가 일부러 진실과 반대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비단 현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짐승의 탈을 쓴 언행에 여전히 구토를 느낀다. 보란 듯, 대놓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 '안하무인 眼下無人' 혹은 '목불인견 目不忍見' 또는 '후안무치 厚顔無恥'일 것이다.
어릴 때에는 잘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알게 된다. 거짓말은 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천연덕스럽게 말이다.
디스토피아의 정석을 보여준 명작 영화 신시티(2005)에서는 거짓말에 대한 기막힌 대사가 나온다
"Power don't come from a badge or a gun. Power comes from lying. Lying big, and gettin' the whole damn world to play along with you. Once you got everybody agreeing with what they know in their hearts ain't true, you've got 'em by the balls."
힘이라는 것은 뱃지나 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야.
힘은 거짓말에서 나오지.
크게 거짓말을 해서 세상이 너와 같이 놀아나도록 하라구
각자의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너는 그들을 움켜쥘 수 있어.
국내외 초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굽혀 권력에 아부하면서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대학입학성적과 인성은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과 담을 쌓은 채 방안 책상에만 틀어박혀서 오타쿠처럼 학습지와 참고서만 파고든 사람들이, 입학성적 점수만을 확인하는 초일류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세상 속에 흘러들어와 평범한 사람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완벽한 논리적 오류다. 집안에서 컴퓨터로 야구게임만 하던 사람이, 실제의 축구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을 하기 위해서 경기장으로 뛰어든 것과 똑같다.
모든 것이 무상적이다. 이 공원도, 이 도시도, 그리고 나 자신도. 간혹 이 사실을 알아채게 되는데, 그러면 속이 뒤집어지고, 저번 랑데부 데 슈미노에서 그랬든 모든 것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구토다
(장 폴 사르트르 / 구토 中)
아... 다시 구토가 나기 시작한다.
비릿하고 물컹하다.
뱃속에서부터 무언가 치고 올라와 목구멍과 혓바닥을 움켜쥔다
인간에 대한 염증
세상에 대한 체념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환멸
탄소가 없는 것...
광물적 단단함과
말 없고 가지런한 모래 알갱이들...
메마른 나뭇가지와
건조한 바람...
음흉한 속내와 꿈틀거림이 자취를 감춘 그곳
차라리 그런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 날이다.....
출처
https://v.daum.net/v/20250908030235569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87495
https://www.yna.co.kr/view/AKR20250722058100004
https://www.yna.co.kr/view/AKR2025081305740000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0115130000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