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원자화의 시대이다
무엇이든 가루로 만들어 분말이 된다
형태가 불규칙한 것
계량하기 어려운 것 모두
박살내고 으깨어 부순다음 가루로 만든다
그리고는 인위적 형상으로 다시 제조한다
먹는 것
만져지는 것
생각하는 것 모두
원자화를 따른다
밀이나 쌀은 미세먼지 같은 가루로 만들어야
인간들이 원하는 음식으로 찍어내어 판매할 수 있다
도구나 장난감도 미세먼지 같은 분말이 되어야
인간들이 원하는 형상으로 주조하여 판매할 수 있다
심지어,
사고나 헤아림, 혹은 희망하는 것조차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한의 수치로 잘게 쪼개어야
이해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수학적 공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생생활에서 쪼개어지지 않은
온전한 존재 자체를 보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고구마나 토마토가 온전하지 않냐고?
당신이 먹는 그 멀쩡해 보이는 덩어리의 채소 또한
인위적 유전자 조작과 품종 장난으로
고유의 태생적 존재가치가 원자화되어 인간에 의해 변형되고
소비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진 것
분변처리의 불결함으로 강아지의 꼬리를 잘라내고
때와 시기마다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생리현상을 없애기 위하여
동물의 생식기에 메스를 들이대 중성화 수술을 한다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성대를 제거해 버리는가 하면
자연에 대응하기 위해서 본래로부터 두껍게 만들어진
동물의 가죽 보호를 위해서 신발과 옷을 입혀준단다
인간의 사고가 이보다 더 잘게 원자화되면
그 어느 곳에든 욕망이 스며들지 못하랴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한 곡식과 열매를
그 본래 형상 그대로 유지한 채 입안에 넣고
이로 씹어 삼키고 섭취하라
나무와 돌 속에 숨어있는 형상의 해방을 위하여
그 사물의 본체는 그대로 둔 채
덩어리 바깥으로부터 깎아내고 다듬어서 파내어가라
누구를 위한 생각과
무엇을 하려는 의도
가슴 아팠던 기억 모두
그 어떠한 칼질이나 왜곡을 멈추고
온전한 자체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채
멀리서 지켜보고 음미하며 당신 인생의 향기로 삼으라
덩어리는 덩어리 그대로
분리된 것은 분리된 그대로
합쳐진 것은 합쳐진 그대로
구불한 것은 어색한 모습 그대로
반듯한 것은 가지런한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다루면서
그것의 자연스러운 소멸과 생성의 감격을 체험하라
잘게 부수어 나누면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으면 순환이 막혀
인간에게 다시 부여되지 않는다
그대로 두어야 분해되고 다시 부활한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으로 다시 되돌아오며
균형을 유지한 채 지속되며 순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