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by Silverback

여보 나 배고파.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나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 것도 못먹었단 말이야. 아... 정말 힘들다.... 힘들다... 힘들어.... 배고파 죽겠네...

샌드위치 가져갔잖아? 그거 안먹었어?

정말... 사람 너무 많아서 도저히 먹을 시간도 없었어. 단 1초도 쉴 틈이 없었다니깐... 아니 한겨울에 도대체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이 오는거야... 이렇게 추운데도 커피먹으러 엄청 와....

추우니까 더 오겠지... 따뜻한거 마시러들 오겠지...

아니 원래 커피숍은 여름에 몰리는데, 여기는 이상해. 겨울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단 말이야.... 아고고... 힘들어.... 빨리 나가자. 나 배고파

어디로 갈까?

내가 찾아볼께 잠깐 있어봐..... 아 그런데 자기는 가고 싶은데 없어?

어, 나는 아무거나 잘 먹잖아. 알면서 왜 그래? ㅎ 나는 입으로 들어가는 거는 아무거나 상관이 없다고...

그래도 자기도 좀 찾아봐. 맛있는데 있는지....

자기가 찾아야해. 매번 내가 고르면 자기는 다 반대했고, 또 어쩌다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면 자기는 대부분 맛없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자기가 골라야지. 자기가 골라야 후회가 없는거야. 나는 아무거나 다 괜찮고, 자기는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는 까다로운 사람이니까. 그지?

기다려봐... 기다려봐.....




여기 분위기 좋네. 알고 있었던 곳이야?

아냐... 맘카페 찾아보고 왔잖아. 자기도 아까 봤잖아.

블로그만 찾아보고 와도 괜찮은거?

우리 항상 이렇게 찾아다녔잖아. 자기는 뭐 먹을꺼야?

나는 빠네파스타. 그리고 아이스아메리카노.

자기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도 하지 않고 항상 1초만에 대답이 나와? 참 신기한 사람이야....

나는 결정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잖아. 자기도 알잖아. 나는 결정으로 끝장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잖아. 자기는 뭐 먹을꺼야?

기다려봐.... 기다려봐.... 메뉴를 보고 있잖아.

알았어, 기다릴게. 잘 찾아봐.

여보, 혹시 스테이크는 어떨까? 나는 밥도 먹고 고기도 먹고 골고루 먹어보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그냥 필라프 시킬까?

스테이크.

스테이크? 그것만?

아니, 아까 내가 고른 빠네 파스타하고 이 스테이크, 그거 두개면 우리에게는 딱이야.

밥은? 밥은 없어도 될까? 난 밥도 먹고 싶은데....

그러면 필라프하고 스테이크 시켜.

아냐.... 잠깐만.... 그거는 좀 모자랄거 같기도 하고.... 빠네파스타가 나을까... 아니면 필라프하고 스테이크를 시키고 샐러드를 추가할까? 이거 샐러드 괜찮아 보이는데....

그러면 샐러드, 필라프, 스테이크 그렇게 3개. 오케이.

자기 빠네파스타 안먹어도 되? 그거 먹고 싶은거 아니였어?

그러면 빠네파스타하고 스테이크, 그리고 샐러드. 콜

밥이 없으면 좀 아쉽기는 한데.... 그러면 차라리 빠네파스타하고 필라프하고 샐러드 할까?

오케이, 그거 3개 굿.

그런데 필라프하고 파스타는 모두 탄수화물 이잖아.... 그건 좀 그러지 않을까...

오케이. 그러면 스테이크, 필라프, 샐러드, 콜.

....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습니다. 어서 결정을 하셔야죠 사모님.

알았어, 그러면 스테이크하고 필라프하고 샐러드 시키자. 자기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추가한다고 했지? 내 음료는 뭘로 하지? 음료 뭘로 할까?

자기 음료는 레모네이드

아냐.... 그건 좀 별로야. 뭐가 좋을라나.....

그러면 하이볼.

아냐.... 아냐..... 그건 밤에 먹는거야.....

그러면 나하고 똑같은 아이스아메리카노.

아냐.... 아냐.... 왜 같은 걸 두개 시켜. 나는 딴거 먹을거야....

알았어. 그러면 자기가 원하는거 골라.

나는.... 음..... 그러면..... 카스.

맥주? 하이볼은 싫고 맥주는 되고?

어, 카스.

그러면 차라리 호가든을 먹어.

아냐.... 그건 너무 비싸고. 카스가 좋을거 같어.




어때? 오늘 식당은 괜찮았어?

어 나름 괜찮았어. 내가 그래도 잘 찾았지?

베리 굿. 아주 좋아. 자기는 오늘 원하는거 선택해서 먹은거지?

어. 그럼.... 그런데 다른 것도 좀 먹어보고 싶기는 하네.... 다음에 와서 다른거 먹어보자. 자기도 거기 괜찮았지?

어, 나야 뭐 음식을 생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 어디를 가든 상관없어. 자기도 알잖아?

자기는 그게 문제야, 음식을 먹으러 가면 맛있는거 먹는데 돈을 쓰는건데... 그러지좀 마. 좀...

여보, 나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쇳덩이 빼고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알면서 왜그래. ㅎㅎ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만 살 수 있나? 비싼 돈 주고 먹으러 가면 맛있는걸 먹어야지. 그래야 뽕을 뽑지.

아니, 나는 안그래, 내가 외식하러 나가는 건 자기 맛있는거 먹을 수 있도록 같이 해주는 목적이 커. 나는 음식 고를 때 고민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잖아. 내가 고르는 음식은 내 눈에 가장 먼저 띄는 메뉴. 그런거지... 옷 입을 때에도 마찬가지잖아. 내 손에서 가장 가까운 옷 집어서 입잖아. 그렇게 따지면 나는 너무 결정을 잘 해서 탈이야. 그래서 내가 결정장애가 없나봐. 옛날부터 그랬어. 디카 고를 때에도 사람들 정말 신기할 정도록 몇날 며칠을 고민을 해. 정작 그리고는 사지도 않아. 나는 그런 사람들 도무지 이해가 안가. 맛집 같은거 찾는 것도 나 혼자라면 그냥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밥집으로 가는거지. 편의점 보이면 그냥 삼각김밥 그거면 아무 문제 없는거야. 그거 한달 내내 먹을 수도 있어.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병이야 병. 자기는 심각해.

아니, 나는 문제 없어. 문제는 오히려 자기처럼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지. 자기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잖아. 그래서 항상 나에게 물어보잖아. 이거 어때 저거 어때. 그러면서..... 그래놓고는 내가 뭔가 딱 골라주잖아? 그러면 또 막상 그걸 선택을 안해요. 그치? 그러니 내가 얼마나 답답하냐? 못고르겠다고 해서 내가 골라주면 그것도 싫다. 그래서 자기보고 주관을 갖고 고르라고 하면 그것도 못하겠다.... 그러니 힘든거지.

나는 신중하자는거야. 그렇게 나를 무시하지 말어.

무시하는게 아니에요 사모님.... 오늘은 식당을 아주 잘 골랐어. 자기도 나 때문에 점점 주도적인 결정맨이 되어가는거 같어. 예전보다는 엄청 발전했다고....

하여튼 이 양반하고는 대화가 안된다니깐.... 자기도 좀 사람이 바뀌어야 해. 너무 그렇게 독단적으로 살면 안된다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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