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위니캇

리비도에서 관계로

고전 정신분석학 vs 대상관계 이론


탐구자 : 보통 정신분석학이라 하면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거론될 법 한데, 도날드 위니캇

(Donald Winnicott, 1896-1971)이 소개되는군요.

분석가 :넓은 의미에서 대상관계 이론도 정신분석학의 영역에 들어갑니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모두 프로

이트의 후예들입니다.

탐구자 : 프로이트의 후예들이라면 정신분석학이라는 이름 아래에 있으면 되었지, 왜 굳이 대상관계 이론이

라는 별도의 이름을 붙였을까요? 둘 사이에 무슨 상호 관계가 있으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분석가 : 그 차이는 정신분석학이라는 명칭에서 대상관계 이론이라는 명칭이 분화되는 데서 발견할 수 있습

니다. 이렇게 분화되면서 프로이트의 학문은 ‘고전 정신분석학’이라는 명칭으로 굳혀졌습니다.

탐구자 :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되면서 이미 ‘옛 것’ 또는 ‘한물 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요.

분석가 : 꼭 그렇지 않습니다. ‘고전’이라 할 때 그 품격이 Classic 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여 어느 정도 ‘원형적’이고 ‘바이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대상관계 이론의 많은 부분이 고전 정신분석학의 틀 위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알 수 있습니

다.

고전 정신분석학은 한 개인이 태어나서 인격이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그 개체 안에 있는 리비도가

어떻게 발달해 가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프로이트 이론의 두 기둥은 <유아 성욕 이론>과

<오이디푸스 이론>입니다.

0~3세까지는 ‘유아성욕’을 다루고, 3세부터 6세까지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슈를 다루죠.

프로이트는 유아 성욕을 유아기의 욕동의 문제를 다루지만,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아기가 탄생

에서부터 시작하여 3세까지의 어머니와 유아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말년에 이러한 대상관계에 주목하기도 하였지만 그 과제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떠맡겼다

고 보는 것이 제일 무난한 해석입니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0세에서 3세 사이의 대상관계가 일평생 맺게 되는 인간관계 안에서 반복 재현된

다고 보지만, 프로이트 역시 3세에서 6세 사이의 오이디푸스기에 형성되는 ‘부-모-아’의 관계가 그 이

후의 인간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둘(프로이트와 대상관계 이론)은 어느 정도 보완

관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인격발달이나 성격 형성의 기본적인 틀은 6세 이전에 형성되는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성 리비도의 승화


프로이트의 리비도 발달론


탐구자 : 프로이트가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성욕’으로 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분석가 : 인간에게 성욕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의 근원적인 에너지인 것도 맞고요.

우리가 ‘성욕’을 어떤 차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욕’ 이 인간 활동의 근본 원천이지만, ‘성욕’이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타자성’입니다. 만일 ‘성욕’,

즉 성적 리비도를 단순히 성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만 본다면, 음~(생각 중)...

탐구자 : ‘그건 너무 동물적이다’ 그걸 말씀하시려는 거죠?

분석가 : 그게 아니라... 성적 욕망만으로 본다면 오히려 동물이 인간보다 더 성욕적입니다. 동물은 성욕을 꼭

작동시켜야만 하는 발정기가 따로 있지만, 인간은 발정기가 없어요. 왜냐하면, 인간은 늘 타자를 지

향하기 때문입니다.

탐구자 : 타자를 지향하는 데 성욕을 발동한다면 성적 사건들이 여러 형태로 난무해지는 것은 아닌가요?

분석가 : 성적 리비도는 마치 전기와 같아서 사람이 그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 변형해서 사용하는지, 또는 어

떤. 관계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성적 리비도의 의미가 달라지는 겁니다.

프로이트는 유아 성욕을 다루면서 관계 차원에서 다룬 것이 아니라, 한 개체가 성적 리비도를 어떻게

발달해 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췄죠. 그렇게 나온 이론이 ‘리비도 발달론’이죠.

그 내용은 ‘구강기’ => ‘항문기’ => ‘남근기’ => ‘잠복기’(아동기)=> ‘생식기’(사춘기) 등 유아 기부

터 청소년기까지 리비도가 단계별로 발달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죠.

탐구자 : 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이트의 리비도 발달론은 인간의 신체발달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3차

원에 머물고 있다고 보여지는군요.

분석가 : 물리적 차원에서는 3차원이지만, 무의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정신발달을 다룬다는 점(시간적 측

면)과 리비도의 생물학적 발달과정을 사회화 과정(공간적 측면)으로 승화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 차

원을. 더해서 4차원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

물리학에서도 인간의 신체를 3차원적 존재로 간주하며, 그 신체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

는 존재로 볼 때 4차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적 리비도(프로이트)를 관계 차원(위니캇)으로


분석가 : 남성적 차원이 자기 동일성 ('나는 있다. I am) 획득에 방해가 되는가 하면, 자기 동일성이란 존재

를 확보하는 것인데 남성적 요소는 본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있음, 여성성)의 상태 유지, 즉

‘가만히 있게’(존재) 놔두지 않습니다.

여성적 요소(존재, 있음)가 타자성으로서 하는 역할은 자체성에서 분화되어 자기 동일성을 만들어

내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남성적 요소는 자기 동일성을 확보한 ‘나’가 외부의 타자를 지향하면서

자신의 관계를 전개해 나가는 데 요구되는 요소입니다.

이때 매개가 되는 사람은 당연히 아버지가 되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유아는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획득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위니캇의 관계 차원은 프로이트의 이론이 확보한 4차원보다 한 차원을 더 확보하고 있다

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여성적 요소, 남성적 요소, 시간과 공간, 그리고 영적 차원까지 포함되면서, 위니캇의 관

계 차원은 5차원적이라 말할 수 있겠어요.

탐구자 : 프로이트의 4차원적 존재론, 위니캇의 5차원적 존재론이라고 할 때, 그것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분석가 : 인간의 ‘성적 리비도’라는 것이 성욕 자체를 드러내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관계 차원에

따라 환경과 대상에 따라 리비도의 형태와 질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고 해서 이성에게 섹스를, 동성에게 동성애를, 부모 및 가족에게

근친상간의 욕동을 발휘하는 존재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거죠.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성적 리비도를 부모 공경으로, 친구와의 우정(친애, philia)으로, 이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에 대한 공감으로, 애국심으로, 사회적 활동으로, 문화로, 예술로, 종교

심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이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건강한 사회가 됩니다. 문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

가 다양해지듯, 성적 리비도라는 것도 그렇게 다양한 관계 차원으로 분화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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