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성실함'과 '열심'을 최고의 미덕으로 배웁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부정의를 보면 참지 않고, 깨끗한 결과물을 내는 사람. 이들은 분명 조직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 인재입니다.
하지만 문득, 이토록 성실하고 올바른 사람이 가장 외롭고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아이러니를 보게 됩니다. 그들은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나만 고통받아야 하는가?"라고 묻습니다. 그 답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굳게 믿어온 '착함의 맹점' 속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도록 학습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착하다'는 평가를 놓치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은, 내면의 건강한 자기애(Self-Love)를 채울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들은 '착함'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예속화되어, 타인에게 비치는 이상적인 모습, 즉 '착하고 성실하며 완벽한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이 페르소나는 일터에서 일 중독(Workaholism)이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일 자체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살피지 않아도 되는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이죠. 일은 완벽하게 해내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 욕구, 그리고 진정한 관계를 놓치게 됩니다.
완벽주의와 과도한 업무 열심은 주변인들에게 시기심과 공격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느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팀장)가 뛰어난 성과로 개인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저 성과급은 팀원들 모두가 열심히 일해 준 결과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당연히 분배해야 한다." 혹은 아예 단체 회식 명목으로 성과급을 쓰게 만들어, 결국 개인의 몫을 남기지 못하게 합니다. 나는 적지 않게 받는 월급에 대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타인은 나를 자신의 것을 착취하는 경쟁자로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고립감과 억울함이 발생합니다.
이미 받은 성과급을 혼자 챙기고 끝날 것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런 결심을 하기도 전에 팀원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팀장의 성과급을 다 쓰게 만들 궁리들을 하는 가운데 휘둘려 다 쓰게 만드는 상황에 빠져든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팀원 중 아무도 자신을 지지해 주거나, 자신의 열심과 노력에 격려해 주지 않고, 자신이 성취한 성과를 일방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팀장으로서 리더십이 없다는 점과 일하는 데 있어 주변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도외시한 가운데 자신만의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는 '착함'의 덫에 걸려 있었다는 점 등이 바로 그 문제점이었습니다.
자신이 착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데 익숙했던 이들은, 주변의 시기심과 질투라는 현실적인 공격에 대응할 '뱀의 지혜'가 부족합니다. 성경에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구절처럼, 순결(정의, 올바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뱀의 지혜, 즉 조직 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위치를 잘 지키는 페르소나와 더불어 '유연한 처세술'과 '명확한 경계 설정 능력'이 필요합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페르소나에 매몰된 채 직책을 맡게 되면, 권위 없는 리더십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지 않으려는 순종적인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 팀원들에게 단호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착함이 조직 내 권위를 무너뜨리고, 호구 리더십이라는 오명을 남깁니다. 그는 윗사람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순종할 뿐 아니라, 팀원들에게 좋은 리더라는 명칭을 얻고자 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지위나 위치를 지키지 못한 결과, 호구가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고립되고 억울한 감정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억울함을 해소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내 편이 없는 상황에서 억울함을 이야기하며 정당성을 증명하려 할수록, 오히려 자기 연민을 강화하고 고립의 무게를 더 키울 뿐입니다. 자신을 증명하려 할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죠.
그가 해야 할 노력은 '방패(자기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업무 지시, 동료의 문제 행동 등을 객관적 입장에서 냉정하게 기록하는 것(기록의 지혜)부터 시작하여, 내가 아닌 조직이 병들었음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 더 이상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외부의 문제와 나의 존재 가치를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인정에 목매지 않고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내적 확신이 필요합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직장 생활의 결론이 현재의 고립과 억울함이라고 생각할 때, 자괴감은 커집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착한 열심' 때문에 나를 옥죄는 상황을 멈춰야 할 때입니다. 너무 열심히 했던 그 장점 자체가 지금 나를 망하게 만드는 단점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더 이상 타인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착함'이라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절대 비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착하다'는 칭찬 대신, '나는 옳다'는 자기 긍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남은 시간을 제2의 삶을 유연하고 풍성하게 살아갈 준비를 하는 전환기로 삼는 것. '착함의 맹점'에서 벗어나 건강한 자기애를 바탕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순수함을 지키면서도 현실을 이겨내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