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에서 '그로스PM'으로 (1)
'분석가'에서 '그로스PM'으로 (2)
지난 5월부터 회사에서 그로스PM으로 일하고 있다. 물론 본업, 직무인 데이터 분석가는 겸하고 있다. 데이터에 근거하여 의사결정, 액션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분석, 의사결정, 액션을 해야 하는 상황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다. 더욱 어렵고, 더욱 밀도있고, 더욱 생동감 있으나, 더욱 괴로운 나날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동안 분석가로서, 의사결정과 액션보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있었다. 그러나 그로스를 전담하면서 더는 한걸음 뒤에 물러서 있을 수가 없게 되었고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만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성과 또한 거두었다. 마케팅팀이 맡았을 때보다 지표는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우선 떨어지고 있는 지표를 막았고 소폭이지만 상승을 만들었다. 더욱 세그멘테이션을 해서, 각 세그먼트 별 유저의 요구를 발굴하여,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실험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몇 개월의 도전 끝에 발견한 것은, 캠페인의 한계였다. CRM캠페인만으로는 유저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고(혹은 감동을 주지 못했고), 한두번 들어온 유저들은 어김없이 서비스에서 이탈하기 마련이었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더욱 정교하게 세그멘테이션을 해서 타겟팅을 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제품 경험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래서 external trigger가 internal trigger로 연결되지 않으면 유저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실제로 지표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떨어지고 있는 지표를 보고 있는 것은 참 괴롭다. 특히나 뾰족한 수가 눈에 띄지 않는 교착 상태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난 주는 계속해서 발굴, 실험, 안정화 작업을 지속하면서도 조금은 지표를 외면했다. 그래야 계속해서 그로스를 위한 루틴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는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스쿼드에게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캠페인은 부족하다, 제품이 결국 좋아야겠다, 캠페인은 앞으로 제품 경험을 위한 브릿지로 사용하겠다 등. 공감을 받았고, 새로운 방향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제품팀이 점차 떨어지는 지표를 마냥 수용할 수 있겠는가. 뾰족한 방향,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다음 주 회의를 기약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맺었다.
어렵다. 그로스PM으로 지표를 책임지고, 유저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고자 머리를 짜내고 겨우내 실험하고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작년 겨울과 올해 봄, 프로덕트팀 구성원들과 함께 실험 조직, 프로덕트팀 문화에 관한 책 - 인스파이어드, 린 스타트업 류의 책들이다 - 을 읽으면서 꿈에 부풀었을 때와는 달리, 실제 현실은 어려웠다. 그러나 결국 지표를 책임지는 그 역할은, 누구에게는 결국에 다가올 역할 혹은 상황이 아닐까. 그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미리 마주하는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