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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사람을 바꾸면 인생도 달라진다

by 김형준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서로의 ‘우주’를 교환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내 세계의 경계가 넓어진다. 그래서 사람 한 명, 책 한 권이 삶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문제는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나도 그랬다. 말주변도 없고 낯도 많이 가려서 사람을 피했다. 직장에서도 주변을 빙빙 돌며 스스로 왕따처럼 지냈다. 친해지고 싶은데도 달걀껍데기 같은 얇은 벽 하나를 넘지 못했다. 그때는 ‘나만 그런가’ 싶었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에게 마음을 열 때 뇌의 편도체가 경계 반응을 일으킨다. 쉽게 말해 “저 사람 안전한가?”를 본능적으로 체크한다는 뜻이다. 마음이 쉽게 안 열리는 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하지만 사람은 필요 앞에서는 달라진다. 배고픈 사람이 냉장고 문을 열 듯, 내가 ‘절실해지는 순간’ 행동은 바뀐다. 나 역시 절박해지면서 비로소 사람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8년 동안 1,500명을 만났다. 단, 얼굴을 본 건 아니다. 저자와 독자로 만났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압축해 만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책의 저자를 만났다”라고 말한다. 책 한 권에는 저자가 살아온 궤적, 실패의 흔적, 통찰의 농도가 다 들어 있다. 심리학자인 댄 맥애덤스는 이를 ‘내러티브 정체성’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통해 존재하고, 그 이야기를 읽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삶 일부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책을 만난 뒤 나에게서 변화가 시작됐다. 저자의 우주가 내 우주와 충돌하면서 새로운 생각과 기준이 생겼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질문이 생기고, 질문이 방향을 만들었다. 방향이 생기니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됐다. 그 선택이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데려왔다. 사람을 피하던 내가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책이 사람에게로,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졌다. 결국 ‘만남’이 나를 바꾼 것이다.


영향을 주는 사람을 보통 우리는 ‘멘토’라고 부른다. 멘토의 핵심은 단순하다. 이미 내가 원하는 걸 이룬 사람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이미 번 사람에게 배우면 된다. 괜찮은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 그 길을 먼저 간 사람에게 배우면 된다. 요즘은 멘토를 만나기도 쉽다. 책, 유튜브, 강연, 온라인 모임. 손만 뻗으면 지혜가 닿는 시대다. 미 하버드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이를 ‘대리 학습 효과’라고 설명한다. 직접 겪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경험만 잘 관찰해도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멘토는 효율적이다. 시행착오를 절반으로 줄여준다.


30대는 흔들리는 시기다. 할 일도 많고, 변화도 많고, 압박도 많다. 대개 처음 겪는 문제들이다. 그 시기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모를수록 시행착오가 늘고, 시행착오가 늘수록 자존감이 줄어든다. 그래서 멘토가 필요하다. 나보다 먼저 겪고, 먼저 넘었던 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길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멘토가 있으면 비관이 줄고, 방황이 줄고, 실수가 줄고, 불안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 멘토는 방향이 흔들릴 때 잡아주는 ‘기초’와 같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듯, 멘토를 통해 다져진 삶의 기반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멘토는 한 명일 필요 없다. 분야별로 두 명, 세 명이면 더 좋다. 다양한 시각은 내 삶의 중심을 더 안정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중요한 건 한 가지다. 먼저 나아가야 멘토를 만난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조력을 주지 않는다. 움직이는 사람만이 길 위에서 우연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우주를 확장하는 만남은 단방향이 아니다.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 누군가를 멘토로 삼고 배웠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멘토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순환이다. 잘 사는 사람의 특징은 공통적이다.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데 관심이 없다. 받은 걸 흘려보내고, 흘려보낸 덕분에 더 많은 걸 얻는다. 인간 관계의 선순환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나는 내 우주를 누구에게 허락하고 싶은가?”, “나는 누구의 우주를 초대해 나를 확장하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누구의 멘토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인생은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



https://youtu.be/OSMPX2nFD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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