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일을 한다는 것
자극적인 제목은 사실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내 남편이다. 우리는 같은 해에 입사를 한 입사 동기였다가,
회사를 함께 퇴사하고 세계일주를 함께 했던 여행 메이트였다가. 지금은 사업까지 함께 하는 직장동료이다.
결혼은 2014년에 했으니 이제 5년도 넘게 남들이 볼때는 '징글징글' 할 정도로 우린 붙어있는다.
이렇게 보면 얼마나 붙어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맞벌이 부부와 우리 부부의 1년동안 붙어 있는 시간의 차이를 설명해보면..
맞벌이 부부가 퇴근하여 집에 9시쯤 들어온 후, 12시 정도에 잠 든다고 가정. 잠자는 시간은 붙어 있는 시간에서 제외하고, 아침에 7시 정도에 일어나서 8시에 출근한다고 가정. 맞벌이 부부는 주중에 4시간 정도 붙어 있게 된다. (많아도 6시간 정도 되겠다) 주말은 일어나서부터 잠들때까지 붙어 있다고 가정하면 8시~ 밤 12시 약 16시간을 붙어 있는다. 즉, 일주일 동안 주중 20시간 + 주말 32시간 = 52시간 정도 붙어 있게 된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일주일내내 아침 눈 떠서부터 밤 눈 감을때까지 거의 매일 붙어 있는다. 마치 보통 부부의 주말 모습과 비슷하다. 16시간 * 7일= 112시간정도 붙어 있게 된다. (징글징글...)
아무리 딱딱 잘 맞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잠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함께 나누다 보면 싸울수밖에 없어진다. 님도 하루 이틀 봐야 애틋하고 하지.. 매일 보면서 좋은모습 싫은 모습 다 보면 어찌 매일 좋을수 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그냥 얼굴보고 하하호호 웃는것이 아니라 같이 '일'을 하지 않는가. 남처럼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가 일을 하게 되면 더더욱 예민해지고 싸우게 된다.
여튼 5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현재 우리는 그 누구보다 좋은 팀웍(정말?)을 자랑하는 팀으로 발전 해나가고 있다. 혹시라도 부부가 함께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우리가 진정한 팀이 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어머나, 서론이 한페이지네..)
<1단계. 싸운다>
우리가 처음 호흡을 맞춰 일 다운 일을 하게 된 것은 세계일주 중이었다. 디지털노마드로 살면서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겠다는 발칙한 생각으로, 여행을 하면서 일도 하는 1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사실 여행만 해도 고달프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일까지 한다면 ?
우리는 그 기간동안 흡사 시한폭탄이었다. 일하면서 부딪힐때마다 쏟아냈다. 어쩔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울기도 했고, 2일간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공적인 일 때문에 싸운건지 아니면 사적인 일로 싸운건지도 혼란스러울정도였다.
<2단계. 도망치지 못한다>
부부이기 때문에, (혹은 가족이기 때문에) 아무리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붙어있었어야만 했다. 특히 우리는 세계일주 중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갈 곳이 없었다.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따뜻한 내 집에서 쉬고 싶으면 상대방과 지지고 볶아도 일단 집엔 들어와야 했다.
하, 회사에서는 꼴보기 싫은 직장상사랑 있다가도 퇴근 하면 로그아웃이라도 할수 있었지만.
이놈의 집구석에서 일할때는 퇴근 해도 이놈의 집구석에서 얼굴을 마주해야만 하는 열불나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도망 치지 못한다. ㅠㅠㅠ
<3단계. 그날일은 그날 풀고 협의점을 찾는다>
퇴근을 해도 퇴근 하는 것 같지 않는 환경에서, 눈에 서로 알짱거리면 결국은 그 날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특히나 사적으로 싸운것이 아니지 않나! 그리고 부부가 부딪히면서 마상 (마음의 상처)를 일 하면서 받는 경우는 공과 사의 경계를 미묘하게 침해했을 때일 것이다.
그 분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의를 내리고, 다시는 비슷한 이슈로 싸우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 협의 한다.
<4단계. 다시 1단계부터 반복.... 한 3번정도 사이클을 돈다>
분명 3단계에서 협의점을 찾았지만 그 이슈로 또 싸우게 된다. 백퍼..
결국 한 3번정도 비슷한 이슈료 싸우고 협의점을 찾는 과정을 갖게 되면...
<5단계. 인정한다>
이제 그제서야 서로를 '인정'하게 된다. 아 저 사람은 원래 저렇구나. 아 이사람은 원래 이렇구나. 서로 인정하고 고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우리 같은 경우는
나(미미)는 엄청 일을 빨리 빨리 한다. 대충 해두고 또 보면서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스타일. 반대로 제제는 일단 완벽하게 머리로 정리 된 후에야 일을 시작하는 스타일이다. 내 입장에선 제제가 답답하고, 제제 입장에선 내가 일하는 방식이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 이슈로 몇번을 (거의 몇년을..) 싸우고 협의하고의 반복을 하다가. 현재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도록 역할을 분담 했다.
기획을 하며 내가 앞으로 막 치고 나가면서 제제가 내 기획의 세부적인 것을 다듬고, 내 기획을 뒷받침 해줄 스토리를 만든다. 내가 밑그림을 대충 그리면 제제가 그 위에 채색하며 내가 틀리게 그린 부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게 익숙해지니! 일이 너무너무 빠르다.
아, 그러다 한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미미의 임신과 출산과 육아! (갑자기 끝판왕 느낌)
혹시,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부부들이
살짝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혹은 우리 부부만 이렇게 싸우나요?
너희 부부는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춰서 일을 잘하니? 라고 생각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쓰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지금은 정말 거의 안싸우고(일에 관해서는), 상처도 서로에게 안받으면서 세상 최고의 직장동료로 일을 잘 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가 직장동료로 지내고 있는 이야기. 제제미미의 일과 육아 이야기를 쭉 연재해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부부 공동 창업자 여러분들 화이팅! (응? 갑자기 이렇게 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