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학생, 오늘도 일찍 열었네."
"어머니, 학생 아니고 사장이요."
"그러게, 내가 맨날 까먹어. 나 맨날 먹던 거 하나 줘. 그리고 이거 나 텃밭에서 키운 건데, 사장도 하나 먹어."
"안 주셔도 된다니까요, 맨날 고생하시는 거 아는데 어떻게 덥석 덥석 먹어요."
"그래도 먹어, 사장 먹인다고 내가 농약도 안쳤어."
"매번 감사해요."
이 커피는 따듯하다. 따듯하다 못해 뜨겁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커피"
"아메리카노 말씀이시죠? 아이스로 드려요 따듯한 걸로 드려요?"
"아이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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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얼음이 다 녹아서 밍밍한데 이거 어떻게 먹으라고 준거야?"
"손님, 주문하신 지 너무 오래 지나서 찾으러 오셔서요."
"내가 올 때까지 만들지 말았어야지!!!"
"다시 만들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 커피는 차갑다. 차갑다 못해 시리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안녕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테이크아웃 할게요."
"결제되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 커피는 미적지근하다. 따지자면 따듯함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안경에 김이 낄 만큼 뜨겁지도 않고 손이 시릴 만큼 차갑지도 않다.
하루에 평균 50잔을 파는 동네 카페.
평균적으로 미적지근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시린 커피들 뿐이다. 애써 괜찮으려 손을 비비기도 하고 입김을 불어보기도 하지만, 한순간뿐이다.
얼어붙은 나를 녹이는 건 뜨거움이 아니다. 이런 미적지근함이지. 머리로는 아는데 아직도 알지 못한다.
어렵다. 미적지근함이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