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13
올해는 진짜 열심히 책 읽어야지.
이것도 ㄷㅁ님이 선물로 같이 주신책인데 이제야 다 읽고 이제야 후기를 씁니다 저를 용서하세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써있다.
"비뚤어지고 이상한 속마음,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마음, 치고받고 싸워도 용서받고 싶은 마음을 쓴다. 못생긴 마음들을 쓸 때 나는 이상하게 행복하다."
이 문장이 이 책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속엔 어딘가 비뚤어진 것 같고 어딘가 못생긴 마음들이 주를 이룬다. 어떤 마음은 너무 못생겨서 읽는 내내 걱정될만큼이었고, 어떤 마음은 온전히 나같다고 생각해서 몰입이 되었다.
유난히 좋았던 소설은 '근육의 모양' 이라는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너무 나를 들킨 것 같고, 나인것 같고, 나같아서 좋기도 싫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소설 '쉬운 마음'의 도입부에는 '내 손은 똑, 똑 머리카락을 한 올씩 잡아 뽑았다. 후에 이런 행동이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는 걸 알았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나는 이게 강박장애의 한 종류란걸 여기서 알았다.. 회사에서도 맨날 일하다가 유난히 곱슬거리는 머리를 뽑아서 한두번 손가락으로 쓱 쓰다듬고 쓰레기통에 차곡차곡 버리는데, 이게 그런거군...
새 이야기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어지지 않은 것들은 끊어지지도 않으니까. 완성보다 미완성이 더 오래 지속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나주에 대하여
그런데 있잖아. 다른 걸 좋아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까. 언제까지일까.
꿈과 요리
밑바닥은 그렇게 보여주자고 마음먹는다고 보여지는 게 아니라 둑처럼 터지는 것이었다. 차오를대로 차오른 물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둑이 터지고 마는 것이라고.
근육의 모양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여러 번 해본 사람처럼 능숙하게 하고 싶다는 사춘기적 마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해야 할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엉뚱한 짓을 해서 우스꽝스러워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마음 같은 것.
마음이 물렁해진다는 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티가 났다. 이를테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원칙을 깨고 잘해주고 싶었다.
내 기준이 뭐든 간에 나를 좋아해주는 태도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와락 좋아하고. 누가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그게 너무나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척출기
서로 아픈 부분을 보여줘야만 친구가 된다는 것? 내가 너무 건강한 사람처럼 보일 때는 오히려 나를 조금 배척한다는 것? 아픈 사람들이 자기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아파본 적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을 때?
자기 슬픔은 자기가 알아서 하고 갈게요.
정체기
과거를 아껴두려는 현재의 손길이 덕지덕지, 결국 현재만 남아 있어서. 저는 그게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결국 지금이라는 것이. 그 얄팍한 게.
아름다움과 무서움은 너무 비슷해서 잘 가려지지 않았다.
쉬운 마음
그때의 나는, 우리는 그게 중요했다. 자신이 지닌 불행들, 억울하고 슬프고 답답한 일들이. 이제 그런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곳에 있다.
침묵의 사자
지은은 내 어미새 같았다. 어미새보다 나았다.
(*이 문장은 내가 진짜로 핸드폰에 어미새라고 저장한 언니가 있어서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나의 어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