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청년의 가르침
올해 수익률 면에서는 국내 증시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증시도 신고가를 경신 중인 만큼, 서학개미들의 본격적인 국내 복귀 움직임은 아직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코스피지수가 어디까지 올라야 미국으로 떠난 개인투자자들이 국장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증시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인들은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요?
미국 증시의 경쟁력은 영원할까?
현재 기업의 경쟁력이나 주주환원 측면에서 미국을 이길 수 있을 만한 나라는 사실상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이들 기준에서 1등 자리를 놓친 적은 일본의 황금기를 제외하면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이 천대받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약 8년 동안 S&P500은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주식은 2.5배 이상 올랐으며 코스피도 80%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죠. 이때는 '신흥시장의 시대'였습니다. 당시의 내러티브는 명확했습니다. '미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늘어나는 중산층, 그리고 주식시장 성장 잠재력(경제규모 대비 시가총액 비율) 등을 감안할 때 미국에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G2로 올라섰고, 경제규모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율도 미국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주식시장은 크게 보면,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의 축으로 움직입니다. 선진국 시장이 각광받다가 그곳이 비싸지면 신흥국 시장으로 자금이 옮겨오고, 신흥국이 비싸지면 다시 선진국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지요. 지금은 확실히 미국 시장이 비싼 시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미래가 밝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하나라는 착각
미국 시장이 우위를 보인 것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즉 고작 15년 동안의 현상일 뿐입니다. 15년 이상 장기간 같은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그것이 마치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굳어진 것이지요. 2017년 독일에서 한 청년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독일에도 언젠가는 남자 총리가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05년부터 장기 집권을 하던 시기였으니, 청년에게는 여성 총리만이 '정상적인 총리'의 모습으로 각인되었을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한 가지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독일 청년보다도 못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특정 ETF를 평생 모아가기만 하면 노후 준비가 끝난다'는 단순한 전략은 지난 15년 동안은 훌륭했지만, 앞으로도 훌륭한 전략일지는 장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투자 전략
한 가지만이 답이 아니라면, 한국과 미국 중에서만 선택하는 것도 역시 적절한 답이 아닙니다. 국내 상장된 ETF 기준으로 1년 수익률을 보면, 미국 S&P500이 23%, 코스피가 70%, 일본 니케이225가 37%, 중국 본토가 21%, 유로스탁스50이 18%, 인도 니프티50이 5%, 베트남 VN30이 43%를 기록 중입니다. 다양한 시장에 다양한 기회가 늘 존재합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경쟁력 있어 보이는 주요국을 선정한 다음 비중을 정해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3~6개월간의 수익률 동향을 파악해서 수익이 나는 국가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요.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시장은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항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주요국을 선택할지부터 2~3년 주기로 심도 있게 고민하고 시기마다 새로 결정해야 합니다. 한 가지 전략만을 고수하려 한다면, 최소한 30~40년간은 유효했던 자산배분 전략인지를 고민한 후에 결정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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