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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1. 2018

귀농견은 이렇게 산다...도시개와 다른 댕댕 라이프

#반려견 #귀농견 #에세이



    "개는 개여"
    개를 사랑하고, 개를 위해 외국사는 손주들마저 등질 수 있는 울아빠의 신조와 같은 말이다.
    개를 이뻐하지만 그래봐야 개는 개일뿐이라는 뜻이다.
    아빠는 개는 사람과 명확히 구분되는 존재로, 개는 개이고, 사람은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아빠는 절대 사람의 주거 공간을 개와 공유해야하는 도시에서는 개를 키우시지 않았다.
    이번 한국에 갔을 때 처음으로 아빠가 요양차 가 있는 목포에 갔다 왔다.
    아빠는 3년 전 목포로 내려가신 뒤 적적한 맘을 달랠 겸해서 전북 삼례장에서 산 풍산개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강풍이라는 이름의 이 수컷 개는 매우 영특하고, 아빠를 잘 따르는 개였다.
    강풍이는 외로운 아빠의 좋은 친구이자, 식구, 반려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풍이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아빠는 매일 새벽 강풍이와 함께 집 뒷산을 산책한다. 1시간 정도 산행을 하는데 강풍이는 항시 아빠보다 5보 정도 앞서 간다고 한다. 아빠는 산짐승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강풍이가 자기보다 앞서 나간다고 과도한 자기 해석을 내놨다.
    아침 산책이 중요한 이유는 강풍이는 집에서 절대 큰 일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풍이 산책을 위해 아빠는 어쩔 수 없이 매일 산행을 해야한다. 건강은 덤으로 얻었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강풍이는 밥을 먹는다. 이것저것 간식을 먹는 도시 개와 달리 강풍이는 아빠가 읍내에서 사온 사료를 먹는데 산책을 마친 강풍이는 큰 포대에 담긴 싼 사료지만 매우 맛나게 사료를 먹는다고 한다. 밥을 먹은 뒤에는 잠시 휴식 겸 잠을 잔다.
    하지만, 이때도 단순히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아빠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열린 감을 지키는 것이 휴식타임 강풍이의 주요 임무다. 까치가 많은 시골에서는 감나무에 까치가 꼬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빠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는 감이 하나도 상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모두 이 강풍이 때문이다.
    강풍이는 까치와의 신경전을 하느라 귀찮긴 하지만 아빠가 없어도 절대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낸다.
    강풍이의 또 하나 중요한 일은 바로 집 지키기.
    아빠가 머무는 시골 집은 목포에 사는 한 선주 아저씨의 별장에 딸린 독채 건물이다. 이 독채는 별장 앞에 조립식 건물로 된 그럴싸한 방 2칸, 거실 하나가 딸린 집이다. 강풍이는 이 별장에 낯선 차량이나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면 어김없이 큰 소리로 짖는데 동네가 떠내려갈 정도로 시원하게 짖는다.
    강풍이는 마치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시원하게 울어보인다. 강풍이의 울음이 시작되면 온 동네 진도개들도 따라 짖기 때문에 웬만한 세콤보다 보안효과가 높다.
    강풍이의 이런 삶이 베이징에서 친하게 지내는 무무에 비해서 썩 그럴사 해 보여서 아빠한테 슬쩍 물었다.

    "아빠, 강풍이가 베이징에 있는 무무 알지? 걔보다 낫네."
    "뭐시 나?"
    "그냥, 똑같이 주인한테 이쁨 받긴 하는 데. 애네는 자유롭고 더 막 살잖아"
    "그래봐야. 개는 개지. 뭐"
    "개 없음 못 살면서 말은 또 그렇게 한다"
    "개는 개여"

    마침 갈 시간이 돼서 헤어짐이 아쉬워 아빠한테 엄마 태워다 주는 길에 동행할 거냐고 물어봤다. 서울 가는 길에 본가에 들러 엄마를 내려줄 생각이었는데 2시간 정도 아빠와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그냥 권해 본 거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다.
    "너 따라가면 여기 비오는데 강풍이랑 태풍(강풍이 아들)이는 어쩌냐"
    "알아서 잘 있지 뭐. 집에 들어가 비 피하겠지"
    "개는 개여. 담에 또 와. 조심히 가"(세상 냉정)

++아. 그리고 강풍이가 산행을 너무 과도하게 해서 다리 관절에 안 좋을 거 같아서 한번 넌지시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그러네요. 아마도 아파트 같이 미끄러운 바닥에서 생활하지 않고 흙 밟고 살아서 그런건지. 수의사 분 있으면 고견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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