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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센치페이퍼 Apr 29. 2019

우리 아이, 영어 학원부터 보낼 필요 없는 이유

영어 학원 원장이 말하는 
우리 아이 영어 학원부터 보낼 필요 없는 이유
'엄마의 발걸음으로 아이의 학년을 알 수 있다' 


지인 중에 영어를 제법 잘하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가 있었다. 영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온 덕분에 어휘도 좋고 영어 전반에 걸쳐 실력이 좋은 학생이었다.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하고 있던 터라 토플 성적이 필요했고, 몇 번 응시했었는데 만족할 만한 점수가 나오지를 않았다. 고민 끝에 아이 엄마가 집에서 직접 한번 가르쳐 보기로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마가 영어를 아주 잘하겠지.’ 라든가 ‘영어 선생님이신가?’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분은 영어에 능통한, 흔히 생각하는 토플을 가르칠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방법은 이러했다. 먼저 아이가 토플 문제를 쭉 풀어보고 어려웠던 문제를 추려낸다. 그러자 아이가 어렵다고 했던 문제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더라는 것이다. 한 줄 한 줄 해석만 했을 뿐 행간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의미를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글 해석지를 들고 내용을 이해한 엄마가 아이에게 이 글은 이러이러한 내용이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런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니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학습법으로 몇 달 했더니 수월하게 원하던 토플 성적이 나왔다고 했다. 

무슨 소린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런 사례가 영어 학습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럼 또 다른 얘기를 해보자. 10년 가까이 학원을 운영하면서 수백 명이 넘는 학부모들과 상담을 해왔다.

상담을 하러 학원을 찾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상담 예약을 하고 시간을 정해서 학원을 방문하는 경우와 지나가는 길에 그냥 들르는 경우다. 학원에 다른 강사나 직원도 있지만 우리 학원은 가급적 원장인 내가 직접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수업을 하는 원장이 가르칠 학생을 직접 상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름의 소신 때문이다. 아무튼 약속 없이 학원으로 바로 오는 상담의 경우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의 모습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 학원에 꾸준히 보낸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를 둔 엄마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당당하다. 거침이 없다. 아이의 실력에 대한 엄마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심지어 영어 교육에 관한 상당 수준의 지식을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학교 2~3학년이 되어 학교 시험을 몇 번 치러본 아이를 둔 엄마들의 발걸음에는 걱정과 한숨이 묻어난다. 어릴 적부터 영어 공부를 시킨다고 시켰는데 학교 성적이 시원찮은 경우다. 심지어는 외국에서 몇 년 살다 왔는데 학교 성적을 받아 보고는 놀라움과 실망스러움에 학원으로 발걸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은 발걸음 자체가 조심스럽다. 수많은 학교 시험과 모의고사를 통해서 자녀의 객관적 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상담을 해오면서 자주 본 장면이 있는데, 집에서 그냥 무작정 읽혔더니 리딩 레벨도 쑥쑥 올라가고 곧장 줄거리도 이해하길래 영어를 제대로 하는 줄 알았더니 중고등학교 시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들의 모습이다. 

그 전에 충분히 병행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와 시간을 다 보내고 뒤늦게 쫓기는 심정으로 학원 문을 두드린 것이다.

한가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기회와 시간을 제대로 보낸다면, 특히 영어 학습 초기 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길트임' 정도의 역할을 엄마가 해낸다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 엄마가 영어를 잘해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해외 대학교를 지원하려는 아들을 도운 엄마처럼 영어를 전혀 몰라도 가능하다.

엄마는 기본적으로 아이보다 세상을 더 살고 더 많은 걸 보고 더 많은 걸 들은 존재다. 아이보다 세상 보는 시야가 넓고 통찰력이 있다. 그걸 바탕으로 영어가 됐든, 한국어가 됐든, 맥락이 됐든 어떤 것이든 먼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인 다음 아이에게 살짝 전달하면 된다. 영어 몰라도 누구나 가능하다. 엄청난 경험이나 뛰어난 이해력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길트임’ 정도의 기초만 길러준다면 3월, 4월에 고3 모의고사 두 번을 치르고 수능 6개월을 남겨 둔 꽃피고 따뜻한 봄날에 깊은 한숨을 쉬며 학원 문을 두드리는 엄마들이 더 이상은 없으리라. 

“영어를 직접 가르치라고? 그게 말이 돼?”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지? 나 학교 다닐 때 영어 잘 못했는데……, 알던 것도 다 까먹었는데 어떻게 우리 아이를 직접 가르치지?”

걱정 마시라. 충분히 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


이 글은 <우리 아이 영어, 불안한 엄마에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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