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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센치페이퍼 May 03. 2019

한국에서 미국 아이처럼 가르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미국 아이처럼 가르칠 수 있을까?
'환경이 다르면 방법도 달라야 한다'

한국에 살면서 마치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듯한 언어적 노출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수많은 엄마들이 도전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진짜 성공했다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듣게 하고 그냥 읽히는 방법으로 영어를 가르쳤더니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까지도 전혀 문제가 없더라는 이야기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 도움이야 되겠지만 그런 방법이 우리나라 입시 환경과 현실에 맞는 학습법인지,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학습법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투자 대비 효과적인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ESL과 EFL은 다소 어려운 용어고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그 차이를 말하지 않고서는 영어 교육 환경에 따른 학습법의 차이를 설명할 수가 없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쉬운 개념이다. 


먼저 그 정의부터 확인해 보자. 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의 약자다. 우리말로 하면 제2언어로서의 영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 가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경우를 뜻한다. 물론 반드시 영어권 국가에 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 모국어인 우리말의 사용이 극도로 제한되고 매일 하루에 많게는 대여섯 시간씩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는 ESL 환경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ESL 환경, 제2언어로서의 영어


반면 EFL은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약자로, 외국어로서의 영어라는 의미이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흔히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경우다. 보통 학생들이 1주일에 적게는 두어 번, 많게는 매일 학원 가서 단어 외우고 수업 듣는 학습 환경이다.


EFL 환경, 외국어로서의 영어


■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영어, 영어 사용 환경에 직접 노출된 환경. 예)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
■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해야 하는 환경. 예)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


영어 교수법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주로 전제로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환경과 다소 맞지 않는 ESL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런 연구의 대부분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언어에 대한 노출 정도와 언어 환경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ESL에 적합한 방법을 EFL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얼핏 보면 이 두 가지가 비슷해 보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보느냐, 또 다른 언어로 보느냐라는 관점에 따라 학습법에 큰 차이가 있다. ESL 환경은 특히 열살 전후의 아이들은 타깃 랭귀지(target language:목표어, 외국어 학습에서 학습 대상이 되는 언어)에 노출만 시켜주면 모국어처럼 쉽게 습득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습득 기간도 짧고 빠르게 흡수한다. 일상생활을 위한 회화는 몇 년 안에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단, 이 경우 단점과 한계가 있다. 영어에 쏟아붓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과목 학습이나 다른 활동, 여가 시간이 부족해지면 아이들은 쉽게 지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시작은 거창하게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영어를 잘해도’ 중학교 내신과 고등학교 내신 그리고 수능을 위해서는 또다시 문법에 기초를 둔 영어 공부를 따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듣기 중심의 과도한 언어 노출과 무작정 읽기만으로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 입시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 실력을 다 갖추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나 학생이 처한 환경은 기본적으로 EFL 환경이다. ESL과 학습법이 달라야 한다. 문법이라는 것이 이때 등장한다. EFL 환경에서는 문법에 대한 인위적인 학습 없이는 영어를 잘 배울 수가 없다. 동시에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는 방법이 리딩 외에 딱히 없다. 듣기나 말하기도 가능은 하지만 노출의 양이나 빈도로 보아 일반적으로 ESL의 환경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 설사 유아기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인위적인 ESL 환경을 만들어준다 할지라도 그 이후에도 계속 그런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기가 힘들다. 


언어는 한 번 배우고 나면 끝이 아니다. 지속적인 학습과 사용이 없다면 힘들게 배운 것을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즉,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EFL 환경임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는 문법에 기초한 읽기, 반복해서 소리 내어 말해보기, 그리고 직접 써보는 것이 외국어를 익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응용이 생기고 자기만의 표현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 글은 <우리 아이 영어, 불안한 엄마에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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