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관문
한호준의 손에는 작은 검은 돌이 들려 있었다. 이준혁이 발견한 그 신비한 돌의 완벽한 복제품이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헬리오폴리스의 심장부로 향했다.
첫 번째 관문은 여전히 빛의 미로였다. 한호준은 복제한 검은 돌을 이용해 레이저 그리드를 교묘히 통과했다.
두 번째 장애물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광자 공명 장'이었다. 복도 전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파장으로 가득 찼다. 오직 특정 주파수의 광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한호준은 검은 돌을 앞으로 내밀었다. 돌이 주변의 광자들을 흡수하고 재방출하기 시작했다. 마치 돌 자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복도의 광자 주파수에 맞춰 진동했다. 한호준은 이 '살아있는 열쇠'를 들고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세 번째 난관은 '양자 인증'이었다. 문 앞에 서자 한호준의 전신이 미세한 입자들로 스캔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외형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자 상태를 읽어 인증하는 것이었다. 한호준은 검은 돌을 꼭 쥐었다. 돌에서 퍼져나간 양자장이 그의 입자 구조를 순간적으로 변조했다. 시스템이 잠시 혼란에 빠진 사이, 문이 열렸다.
마지막 관문은 '태양풍 공명기'였다. 거대한 에너지 장벽이 코어 방을 감싸고 있었다. 이 장벽은 태양의 리듬, 즉 태양풍의 주기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있었다. 오직 이 리듬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었다. 한호준은 검은 돌을 높이 들어 올렸다. 돌이 태양의 고유한 진동수로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마치 태양의 노래 같았다. 에너지 장벽이 천천히 열렸다.
한호준은 마침내 코어 앞에 섰다. 푸른빛을 발하는 거대한 구체가 그의 앞에 있었다. 그의 손에 든 검은 돌이 코어의 빛에 반응하여 미세하게 진동했다. 한호준의 눈에는 승리의 빛이 어렸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이 완벽해 보이는 계획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복제 과정의 미세한 오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시스템 불안정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야망이 실현되는 순간, 동시에 예기치 못한 혼돈의 서막이 올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