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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힘. 다시 고남산

1년 전 고난산으로 불렸던, 백두대간 4구간 이야기

by 바람이머문자리

매우 운 좋게도, 연년생 둘째 딸이 이우학교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3월 초, 이우백두 21기 예비산행에 갔다. 둘째 딸은 백두대간 완주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21기의 3월은 산행 일정이 20기 산행 일정과 겹치지 않아서 21기 산행에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예비산행에서 19기 산행대장님께 “1차 산행은 매번 고남산으로 가는 건가 봐요?”라고 여쭤보았다. 산행 대장님 왈, “보충 산행하시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그렇게 어려운 산이 아니래요.”


마침 나는 20기 산행대장님 대행으로 시산제에 참여했다. 1년 전 뭔지도 모르고 시산제에 참여했었는데, 산신님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시산제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이 시산제가 21기 대원들을 무사하ㄱ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걸어가는 곳곳에서 1년 전의 기억이 살아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산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산을 다녀서 그런지, 산의 곳곳을 잘 기억하지는 못 하나부다.

둘째 딸은 친구들과 쌩하고 가버렸고, 나는 아내와 천천히 갔다. 점심 먹는 곳까지는 19기 산행대장님의 어려운 산 아니라는 말씀이 맞았구나 했다. 오기 전에 고도표도 봤는데, 다른 구간 비해서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기도 하다.

19기 선배님들의 김밥-나는 2줄을 먹었다.-과 따뜻한 국물로 힘을 내어 고남산으로 향했다. 산행 전에 아내가 고남산 정상 가는 길에 철제 계단이 있었다고 얘기를 했는데,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었다. 고남산까지 크게 어려움 없이 올라갔는데, 마지막에 아내의 말대로 계단이 많았다. 특히 아내는 산에 있는 철제 계단(아래가 숭숭 보이는 계단)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고남산 표지석에 가방을 내려두고 다시 온 길로 아내를 맞으러 갔는데, 엄청 늦게 왔길래 왜 늦었냐고 했다. 같이 오던 맘 대원 한 분이 몸이 안 좋아서 하산을 돕느라 늦었다고 한다.


고남산 표지석에서 1년 전과 올해를 비교하는 사진을 남기고, 그 후로는 아내와 고속 주행을 했고, 나는 오늘따라 몸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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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하영 맘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서 내려오고 나는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1.5km 남은 구간부터는 뛰어 내려왔다. 버스에 도착해서 가방 내려두고, 또다시 아내 맞으러 갔다.



1년 전, 이렇게 장거리 산행(16km가량)에 대한 경험이 없던 우리 부부는 고남산을 고난산이라고 부르는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20km 이상의 대간길 산행의 경험을 갖고 있어서, 이번 1차 산행에 대해 아내도 “할만하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고남산이 비로소 고남산으로 보였다.


백두대간길 산행의 경험이 없는 학부모, 아이들에게는 이만한 고행의 경험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히 더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의 산행은 좀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 백두대간의 절반 가량을 완주했을 뿐이다. 백두대간을 완주한 경험은 나에게 어떤 힘을 줄지 궁금하다. 백두대간 완주가 가져다 줄 경험의 힘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KakaoTalk_Photo_2025-03-16-08-53-33.jpeg 고남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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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15 백두대간 4구간(노치리~통안재) / 난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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