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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와디즈 손절각?

와디즈는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by 바람이머문자리

감사보고서 시즌이 와서 와디즈 사업보고서를 다운로드하여 두고 2주가 지나서야 들여다보고 있다.

3월 말에 지인이 아래 기사를 보내줬는데, 롯데도 어지간히 힘든가 보다 싶었다.


800억 들인 주식을 186억에 팔았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콜옵션이 있어서 되살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롯데지주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일단 '매각'으로 기록되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도 평가손실을 인식해서 잔존가액이 366억이었어서, 186억에 매각했다고 하면 또 반 깎였다고 봐야겠다. 물론 콜옵션의 가치가 있을 텐데 거기까지는 들여다볼 정도의 관심은 없어졌다.


롯데 그룹차원의 유동화 일환이라고 하는데, 작년까지의 평가손실 인식과 함께 감안해 보면, 이번 매각은 롯데의 와디즈 손절로 생각해도 되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럼 와디즈는 뭐가 변했는지 들여다보자.

당장 롯데 지주의 매각으로 주주가 바뀌었을 텐데, 와디즈의 사업보고서에 이 내용은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보통 이 정도는 주석으로 설명을 달아 줄 법하다고 생각하는데, 변경된 주주명부만 있고, 전기 주주명부는 제외되어 있다. 롯데가 매각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할 정도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래 한국투자증권 주식회사 자리에 2023년 사업보고서에는 롯데 지주가 동일한 주식 수로 있었다.)

뭐 회사의 주인인 주주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일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 보자.

작년에 내가 브런치에 남겼던 글에서 와디즈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말했는데, 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무엇인가 잘한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 2024년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자.


* 작년 나의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읽고 오셔도 됩니다.



1. 영업 수익

전년 대비 영업수익은 9% 늘어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중요한 수수료 수익은 작년과 변함이 없다. 와디즈 플랫폼에서 중개를 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변함이 없다는 것은 거래금액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반면 광고수익은 83억에서 113억으로 늘었다. 입점 업체에게 광고비를 더 걷어서 수익을 늘렸다고 보면 된다.


2. 영업 비용

매출은 늘지 않았는데, 손실 규모는 2023년 158.6억 원에서 2024년 85.9억 원으로 줄었기에, 비용 절감에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년에는 광고비를 엄청 절약했었는데, 올해는 인건비였다. 광고비도 물론 전년 대비 16.5%나 줄였다.

하지만 인건비 항목(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주식기준보상비용을 합한 항목)을 보면 20%나 줄였다.


작년에 내가 글을 작성한 시기에 혁신의 숲 데이터 기준으로 316명이었는데, 지금은 231명으로 1년 만에 26.9%가 줄었다.

인건비가 확 줄어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했나 보다 싶을 수 있겠지만, 연간으로 감소하는 추세는 자연적인 퇴사자 증가로 보인다. 물론 플랫폼 내부의 ai 기능이 강화되었다면, 인력이 줄어도 효율적으로 돌아가면서 수익은 늘어날 수도 있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출처 : https://www.innoforest.co.kr/company/CP00010146/%EC%99%80%EB%94%94%EC%A6%88

혁신의숲(https://www.innoforest.co.kr) 데이터를 월별로 들여다 보아도, 파격적인 인적 쇄신은 없었던 것 같다.


3. 연결현금흐름표 항목

사업보고서에서 딱 한 가지 인상 깊은 것은 영업현금흐름이 (+)가 되었다는 것이다. -119억이던 것이 +19.6억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활동에 보면, 단기 차입금을 장기 차입금으로 돌린 것을 볼 수 있다. 즉, 이 회사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게다가 주석의 장단기차입금을 보면, 늘어난 장기 차입금(89.5억) 중 69억 가량은 유동성 대체(만기 1년 미만)로 실제 장기 차입금 규모는 전년 50억에서 54.8억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즉, 단기차입금이 108억에서 23억으로 줄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단기차입금이 92억 원 수준인 상태이다. 유동부채(만기 1년 이내)는 전년 479억 대비 425억 원으로 줄었고, 비유동부채(만기 1년 초과)는 전년 151억 대비 177억 원으로 늘었다.

이렇게 보면, 장단기 차입금을 일부 갚고 다시 연장하고 만기 늘려가면서 버텨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시간을 더 갖고 들여다볼 수 있으면 더 자세히 보고 싶지만, 사업보고서 전체적으로 내용이 충실하게 쓰였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이 정도의 성장세로는 향후 기대감이 크지 않아서 대충 보고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이제는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서, 내 마음속에서의 와디즈도 이번을 마지막으로 손절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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