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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터

나의 첫 21.0975km

서울하프마라톤 2025. BIB 5053

by 바람이머문자리

작년 말, 러닝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가 지났고, 10km 대회 1회 참여해 본 나에게 런친형님들(러닝에 미친 2분 계시다)이 너는 하프를 뛸 수 있다.라고 하면서 신청을 종용했다. 대회 일자가 4월 27일로, 4개월 이상 남았길래 '연습할 시간은 충분히 되는 듯하네.'라는 생각에 신청을 했고, 운 좋게 하프 코스 신청에 성공했다. 서울하프마라톤인데, 초치기로 신청이 마감돼서 신청에 실패한 사람도 많았다.


그 후로 매주 LSD 1km 늘리기를 했고, 1월 1일 13km, 1월 14일 14km, 1월 22일 15km, 1월 31일 16km를 달성했다. 이제 슬슬 10km 정도 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아 지기 시작했다.

2월에는 5일에 17km를 뛰고는 더 늘리지 못했다. 3월 2일 18.3km, 3월 12일 19km, 3월 26일 20km를 뛰어봤다. 19km를 뛸 때는 더워지기 시작한 탓에 탈수 증세가 조금 느껴졌고, 20km 뛸 때는 탈수에 조금 대비를 하고 뛰었다. 15km 이상의 장거리 러닝을 하다 보니, 17~18km 이후로는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대회 3주 전까지 25km까지 뛰어보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3주 전이 돼서야 겨우 21.11km를 뛰어봤다. 나는 10km 대회를 준비할 때도 13km까지 뛰었었는데, 좀 더 뛰어 두면, 더 편하게 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러닝은 정직한 운동 같다.

몸이 내가 뛰었던 거리만큼은 기억을 해서인지, 그만큼은 뛸 수 있게 된다.

4월 6일 21.11km를 뛸 때, 18km 이후로는 다리가 안 움직일 정도로 힘들었다. Garmin이 실제 거리보다 좀 덜 나온다고 해서 21.0975가 아닌 21.11km를 뛰었었다. ㅎㅎ


그리고 남은 3주 동안은 10km 정도 뛰어보고, 인터벌 훈련도 해봤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몸을 테스트하는 재미도 있었다. 러닝을 하면서 몸에 집중하게 되는데, 새로운 거리를 뛸 때마다, 새로운 통증을 경험한다.

고관절도 아파보고, 무릎, 발목도 조금 아파본다.


그렇게 4개월의 훈련 끝에 대회 당일이 되었다.

대회 시작이 8시이고, 짐 보관이 7시 20분 까지여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까지 가려면 첫 차를 타야 했다. 역으로 걸어가는 길, 아직 해도 뜨지 않았다.


5시 47분인가 첫차였는데, 플랫폼에 가보니, 절반은 나와 행선지가 같아 보이는 복장이었다. 신사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환승할 때마다, 더 많은 러너들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6시 50분경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화장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일단 광화문 광장으로 올라갔다. 세종대왕님이 반겨 주셨다.


다행히 햇빛 아래에 서면 많이 춥지는 않아서 러닝 복장으로 출발시간 8시까지 서성였다.

그리고 마침내 출발선에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뛸까 많이 고민을 하다가, 일단 빠르게 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5분 페이스로 4km, 5분 15초 페이스로 5km를 달렸다. 10km를 지나면서부터는 5분 30초 페이스로 뛰는데, 상당히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15km를 지나서부터는 잠시 걷고, 쉬면서 스트레칭하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하프 마라톤을 하면서, 중간에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좀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주변 사람에 힘 받으면서 뛰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2시간 이내로 가보자는 욕심도 한 몫했다.



주로 주변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 주로를 함께 힘겹게 뛰는 러너들의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그래도 힘내서 뛰었다. 에너지젤을 6~7개 먹어가면서 갈증을 달래는 지경이었다. 18km 이후로는 더 힘들었는데, 그래도 다리가 잠겨서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조금만 뛰어도 심장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었다.

위에 페이스를 보면 중간중간 푹 페인 곳이 걷거나 쉬었던 곳들이다. 12km부터 조금씩 조금씩 쉬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평균 페이스는 5분 38초였고, 2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었다.



지난 4개월 동안 1km씩 늘려가면 훈련할 때는 그래도 여기저기 좀 아팠었던 곳이 있었는데, 훈련 덕분인지 대회 당일 하프를 다 뛰고 나서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물론 무척 힘이 들었지만 말이다.


하프 피니쉬 라인을 지나고 물을 분무해 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 순간이 너무 시원해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지난 10여 개월을 러닝을 하면서 10km는 지난주(5/3)를 포함해서 총 4회를 참가했다.

작년 10월 첫 대회에서 59분가량이었던 기록이 이제 53분대가 되었다. 내가 엄청 기록 단축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늘어가는 것이 러닝의 재미인 듯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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