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3구간 은티재~배너미평전
산행 공지에 담겨 있는 고도표를 보니, ‘우와, 힘들겠다.’ 싶었다.
엄청 뾰족뾰족한 구간이 인상 깊은 고도표였고, ‘낙상주의’라는 경고 문구가 더 고되 보이게 했다. 그래도 전체 거리는 12.6km로 길지 않았다. 게다가 100대 명산이라는 희양산을 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뭔가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산행에는 후미대장님이 안 오셔서 내가 후미대장을 맡기로 했다.은티마을에서 출발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앞선 두 번의 산행에서는 날씨가 안 좋아서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는 티 없이 맑은 하늘에, 적당한 기온이었다.
주치봉, 구왕봉까지는 선두, 후미가 거의 차이 없이 이동을 해서 평화로웠다. 올라가는 길 저편으로도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가면서 희양산 봉우리가 보이는데 너무 멋졌다. 마치 봉우리에 초록빛 파도가 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저 산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도 했지만, 저 석산은 참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찬찬히 갔다. 저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한참 내려가야 했는데, 다시 오를 때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가파른 절벽길이 펼쳐져 있다.
몇 번의 수직 절벽이 있는데, 나는 오르막이 길게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수직 절벽이 있으면, 정상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어서 덜 힘든 것 같다. 나는 팔다리가 길다 보니, 이런 곳으로 오르기에는 특화되어 있다.
그렇게 희양산으로 가는 길에는 내가 지나온 건너편 산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희양산에도 선두, 후미가 별 차이 없이 도착했다. 희양산 표지석을 몸통으로 돌골렘이 되어 봤다. ㅎ
희양산에서 모든 대원들이 모여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산에선 따뜻한 라면이 최고인 듯하여, 오늘은 왕뚜껑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간다.
희양산 이후로는 거의 내리막만 있었다. 어느 정도 내려갔는데, 이벤트대장님이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왜 이리 힘든 걸까요?”라고 하시는데, 나는 T스럽게 “마음이 해이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늘은 좀 쉬울 것이라는 희망이 절망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이벤트대장님이 그래도 희망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무념무상으로 간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어차피 힘들 것이고, 어차피 시간 되면 하산해 있을 것이니까, 그냥 운동하는 마음으로 산행에 임하는데,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덜 힘들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어떻게 마음 먹는지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2025. 5. 31 백두대간 23구간(은티재~배너미평전)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