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대의 완벽한 일출, 그리고 공룡능선
새벽 3시 기상.
일어났는데 어제의 두통이 그대로다. 아침으로 누룽지, 라면, 햇반 조금 먹고 배를 든든히 했다. 그래도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의료대장을 겸하고 계신 보급2대장님께 탁센 2알을 받아서 먹고 출발했다. 나도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지만 후미대장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후미대장은 내가 맡기로 했다.
일출 시간이 5시 2분이라고 하는데, 신선봉까지 50분은 걸린다고 했다. 4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대원들이 산행대장님의 초조함은 모르는 듯 여유롭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산행대장님이 체조는 각자 하라고 하셨다. 나도 다른 대원들 기다리면서 자체적으로 몸을 좀 풀었다. 선두가 4시 8분에 출발, 후미가 4시 12분에 출발했으니, 산행대장님의 초조함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후미는 출발이 늦다 보니, 일출은 포기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갔다. 아내도 어제 잠을 잘 못 잔 탓에 힘이 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더 마음 놓고 갔는데, 탁센 2알 덕분인지 나의 컨디션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가다 보니, 선두에서 ‘우와~~’를 연신 내뱉는다. 신선봉에 도착해서 그 풍경에 압도된 듯했다. 후미도 부지런히 가서였는지, 4시 53분경에 신선봉에 도착해서 일출을 함께 볼 수 있었다.
5시를 조금 넘기자,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일출이 너무도 완벽하고 멋졌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진짜 장관이었다.
운해가 펼쳐져 있고, 그 틈으로 빨갛게 솟아오르는 태양이 강렬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한시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 같다.
해가 밝아오면서 그 빛이 공룡능선을 밝혀주고 있는데, 그 풍광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신선봉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신선들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 같았다. 내가 올라가 앉아 있던 바위에서는 아래와 같은 풍경을 계속 즐길 수 있어서 내려가기가 싫었다.
대원들 모두가 일출을 보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의 진짜 코스 공룡능선으로 가자고 대원들을 밀어 보냈다.
후미대장을 맡고서 아내를 포함, 예닐곱 명의 대원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공룡 능선에 들어서서는 삼보일’감탄’의 연속이었다. ‘절경이 흐른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왜 다들 공룡능선~ 공룡능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가다가 멋진 풍경이 펼쳐지면 멈춰서 사진을 찍느라, 후미인데도 더 느리게 갔던 것 같다. 그래도 이 멋진 풍경을 안 찍고 갈 수가 없으니 이해는 한다.
1275봉에서 이우백두 14기 선배님께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와주셨다. 이 높은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선배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나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룡능선의 끝자락 마등령에 도착해서는 점심을 먹었다. 이 이후로 비선대까지는 폭풍 내리막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마등령에서 충분히 쉬고 가기로 했다.
공룡능선 어딘가에서 우리와 반대로 가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가 1박 2일로 백두대간 길 가고 있다고 하니, “왜 하루에 가는 코스를 3번에 나눠서 가냐?”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내가 “하루에 가는 것은 너무 꿈만 같은데요.”라고 하니, 그분은 진짜라며 “15시간이면 된다.”면서 제 갈 길을 가셨다. 산에는 대단한 분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다만, 아직 우리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마등령 이후로는 함께한 대원들이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이벤트 대장님은 “왜 힘든지 알 것 같다.”고 했는데, 발이 익숙해질 만하면 바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윗길, 자갈길, 모래길이 번갈아 가면서 나왔던 것 같다.
마등령 이후로도 절경은 이어졌지만, 대원들의 포토 타임은 줄어들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3km 정도의 구간은 상당히 피로도가 높기는 했다. 그래도 나는 컨디션이 회복돼서 크게 어렵지 않게 비선대까지 내려간 것 같다. 덕분에 나는 하산길에도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비선대 0.4km 표지판에서 18기 대장님들의 환대를 받았다. 몇몇 대원들의 가방도 들어주신 덕분에 드디어 산행이 끝났구나 했다.
비선대에 도착. 물이 많이 말라 있었지만 비취색의 물이 너무 예뻤다.
나는 여기서부터는 이제 가볍게 뛰어야겠다고 싶어서 살살 달려서 설악동까지 이동했는데, 조금 가니 18기 선배님들이 환영을 해주시고 먹을 것도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2025. 6. 15 백두대간 47구간(희운각대피소~마등령)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