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백두 21기 7차 산행. 괘방령~추풍령
작년부터 이우백두 20기로는 백두대간 46개 구간 중에 31개 구간을 완주했다. 그래서 나는 20기로, 둘째 딸은 21기로 참여를 하고 있었다. 각 기수가 산행하는 날이 같아서 아이만 21기에 보내고 있었다. 아이가 혼자 가도 잘 다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다녔는데, 둘째 딸은 내심 엄마, 아빠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번에 오랜만에 아내랑 둘째 딸과 함께 산행에 참여했다. 20기의 34차 산행을 뒤로하고, 21기의 7차 산행에 참여했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주변 학부모님들이
ㅇㅇ이가 표정이 더 밝아졌어요. 아빠, 엄마랑 같이 와서 그런가 봐요.
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산행 중에 엄마, 아빠랑 같이 가는 것은 아니고, 친구들끼리 가지만, 그래도 대열에 엄마, 아빠가 있다는 것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동안은 20기 완주하면, 21기로 옮겨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0기로 완주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었던 것 같다. 내가 백두대간 완주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완주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당분간 둘째 딸과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 구간은 20기에서 작년 8월 10일에 갔던 곳이다. 이번에 다녀와서 20기 선두대장님과 15구간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풀이 무성했던 곳으로 기억하고 계셨다. 올해는 6월이다 보니 작년보다는 풀이 덜 무성한 것 같았다.
게다가 20기에서는 후미에 위주로 가다 보니, 선두가 풀을 헤치고 나갔을 어려움을 몰랐었다. 이번에는 선두에서 가보니, 아직 덜 무성한 풀들도 상당히 거슬렸다. 선두대장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비 예보가 있어서 산행을 할지, 말 지 고민하던 것과 달리, 오전 5시에 도착한 괘방령은 날이 참 좋았다.
장원급제 길이라고 가는 길에 장원급제 관련한 조형물이 많았는데, 작년에 이미 본 것이어서 사진도 하나 찍지 않고 바로 산행에 돌입했다.
둘째 딸은 선두 그룹의 친구들과 같이 가길래 바로 뒤에 붙어서 이동했다. 20기 때 나의 주관적 난이도 평가는 별 1개 정도로 굉장히 수월한 구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방도 가볍게 하고 속도를 올려서 이동했다.
가성산, 장군봉을 거쳐 눌의산까지 거침없이 나아갔는데, 선두의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신나서 갔다. 내가 보기에는 앞만 보고 가는 것 같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듯하여 아쉬웠는데, 아이들에게 외면 받은 누워 있는 소나무가 멋쩍었던 듯하다. 가성산, 눌의산 정상을 제외하고는 가장 전망이 탁 트였던 곳인데 아이들은 못 보고 지나쳐서 내가 다 아쉬웠다.
가성산에서 아이들에게 시원한 콜라 500ml 하나를 나눠줬는데,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서 나눠먹느라 치열했는데, 다음엔 좀 더 들고 와야겠다 싶었다.
눌의산이 되어서야 좀 트인 전망이 나왔다.
선두는 여기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빵 하나를 먹고, 부족한 운동량을 채울 겸 혼자 뛰어 내려가봤다.
사실 이우런 러닝크루의 챌린지가 있는데, 930 페이스로 25분 이상 뛴 것을 인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은 3km를 위 조건으로 뛸 수 있는지 시범 삼아 뛰어봤다. 2km를 뛰었는데 11분 30초 페이스가 나오길래 뛰기를 포기하고 날머리까지 걸었다. 버스에 일찍 도착해서 쉴 요량이었다.
그런데 1km 남은 위치에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얼음물이 마시고 싶다고 한다.
일단 날머리인 추풍령까지 가서 가방에서 필요 없는 것들을 비우고 다시 올라갔다. 다행히 가방에 시원한 몬스터 캔이 있어서 카페인을 가득 충전할 수 있었다.
왔던 길을 다시 뒤돌아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선두를 만나고도 한참 올라갔다. 그런데 아내가 안 보인다. 2.65Km를 거슬러 올라갔는데도 만나지 못했는데, 더 이상 올라가기는 힘들어서 바위에 앉아서 아내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아내는 안 오고, 벌레들만 내 머리 주변들 정신 사납게 돌고 있다.
잠시 후 아내가 도착하고 함께 오시는 대원들에게 얼음물을 나누어 드리고 그 그룹과 같이 하산했다. 전체 구간 거리가 12km 정도인데, 얼음물 셔틀까지 5.3km 추가해서 17km 이상 산행을 했다. 운동량 부족할까 봐 뛰지 않았어도 될 뻔했다.
2025. 6. 29 백두대간 15구간(괘방령~추풍령)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