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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해

이우백두 21기 8차 산행. 나의 세번째 참석

by 바람이머문자리

이우백두 20기를 주로 하다가, 이우백두 21기에서 둘째 딸과 세 번째 산행을 하게 되었다. 21기는 8차 산행이었다. 지금까지 산행 후에 제대로 된 뒤풀이를 못하셨다고, 이날 저녁 8시에 모이기로 하셔서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다른 학부모님께서 마치 나를 오랫동안 운동을 한 사람으로 아시고, “몇 km 달릴 때 힘이 드냐?”라고 물으셨다. 마침 복장도 러닝 복장이었던 터라, 그분께서는 러닝을 염두에 두신 질문이었던 듯했다.

다른 학부모님들이 나에 대해 오해를 하시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후기에 나에 대한 오해를 좀 풀어보려고 한다.


1. 작년에 이우학교의 학부모가 되기 전, 이전 2~3년은 숨쉬기 운동만 했다.

2. 평생 산행을 하지 않다가 작년 3월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특히, 지금도 산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3. 학부모가 되고 이우백두 5차 산행에서 고치령까지 가는 탈진을 경험하고 체중이 6~7kg 빠졌다. (지금은 작년 초 대비 8~9kg 살이 빠진 상태다.)

4. 러닝은 작년 7월부터 시작해서 이제야 1년이 되는 런린이다.

앞선 질문에는 이렇게 답을 드렸다.

“처음 뛰던 때는, 1m도 힘들었다. 머리에서 ‘왜 운동도 안 하던 네가 뛰려고 하는 거니?’라는 의구심을 갖고 뛰면 안 될 이유를 수천 가지 떠오르게 하고, 다리 여기저기가 아프게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1년간 주 2회를 뛰면서 뛰는 시간과 거리를 늘려왔더니, 이제는 15km 정도는 크게 아프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이우백두에서 하는 산행도 마찬가지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라고 하면 100가지도 뚝딱 생각해 낼 수 있다. ‘100가지가 뭐야, 1000가지도 가능하지.’

하지만 가야 할 이유는 대략 10개 정도 말하면 고갈될 것이다. 그러니, 가고자 하는 사람과, 가지 않고자 하는 사람이 논쟁을 하면, 가지 않고자 하는 사람이 이길 수밖에 없다. 고로 이우백두는 스스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돼야 계속할 수 있다. 학생, 학부모를 떠나서 한 사람으로서 개개인이 이우백두를 하는 재미를 찾지 않으면 계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각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된다.


나의 예를 들어본다.


‘나는 내 몸을 한층 레벨업 시키는 훈련으로서 이우백두에 참여합니다.’


어릴 때 MMO RPG 게임을 즐겨했고, 나의 캐릭터를 온라인 분신으로 레벨업 시키는 것에서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실제 삶에서 등산과 러닝을 통해서 내 몸을 레벨업 시키고 있다. 특히, 러닝은 최고 거리를 갱신하면서 그 결과를 뚜렷하게 측정할 수 있다. 현재 최고 거리 24km. 풀 마라톤은 아직 언감생심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가 있다. 이우백두의 경우도 총 46개 구간을 하나하나 완주해 가면서 성취감을 갖는다. 게임에서 업적 달성하듯이, 매 산행 배지를 주시니, 이것도 하나의 재미다.



뭔지 잘 모르고 백두대간을 4~5회 가는 것은 할 수 있는데, 46구간 전체를 하려거든 스스로의 동기가 필요하다. 그 동기가 재미 거나, 도전, 성취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가야 한다. 아직은 학부모와 자녀가 팀으로 오는 곳이라는 느낌이겠지만, 점점 각자의 동기를 만들어야 한다. ‘엄마, 아빠 따라간다.’거나 ‘자식에게 새로운 길을 함께 하려고 간다.’정도로는 지속하기 어렵다. 학생이나 학부모 중 누군가가 포기하면 동반 포기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우백두를 1년 반 째 하고 있는데, 이우백두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활동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각자가 독립된 자아로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너무 결속될 수 있는 관계를 조금은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는 딸이 멀리 보이는 언저리에서 산행을 하고, 딸이 필요로 할 때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정상 같이 주요 포인트에서는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관계니까, 느슨하지만 충분히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올해 두 번째 일출을 이번 산행에서 만났다. 여기는 절벽을 상당히 올라가야 되서, 내려올 때 고생했다.


2025. 7. 12 백두대간 19구간(갈령~화령재) / 난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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