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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말면 안 가느니만 못하다

중도 하산한 백학산 재도전!!!

by 바람이머문자리

갑자기 기획2대장님이 17구간 보충을 가신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갔던 구간이라 함께할 사람이 없으신 것 같았다. 나는 당시 안전하산을 인솔해서 완주로 인정된 상태였지만, 언젠가는 백학산에 다시 오르려고 생각은 해왔다.

내가 우리 속담 '가다 말면 안 가느니만 못하다'에 친숙한 세대여서 그런지, 가다 멈춘 구간은 가고 싶은 조바심이 은연중에 있다. 아예 안 다녀온 구간에 대한 미련은 덜한 반면에 말이다.


작년 7월 13일에 갔던 구간이니까, 1년 만에 다시 가는 것이다.

당시에 두 명의 대원이 백학산 cut-off 시간 11시를 넘겨서 하산을 하게 되어 인솔을 했었다. 그 아이들이 아직도 백두 대원이라면 함께했을지도 모르겠다.


보충산행은 7월 24일(목) 평일에 하게 되었다.

기획2대장님은 "5시간이면 끝난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 정도 구간인가 보다 하고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출발 전 날 구간을 좀 들여다봤는데, 거리가 19km였다. 나는 속으로 '이 거리를 5시간 만에 주파가 가능한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 기록을 보니, 선두도 8시간 50분이 결렸던 구간이었다. 물론, 우리 둘만 가니까 빠르게 갈 수는 있겠다 싶었는데, 5시간은 좀 과장되어 보였다.


새벽 2시 반 출발이라서 잠을 일찍 잤다가 1시 40분 즈음 일어나서 짐을 챙겼다.

5시간이라고 하셔서 음료류는 3리터 정도만 챙겼다.



주차 공간 때문에 작년과는 반대방향으로 가신다고 한다.

큰재에서 지기재로 가지 않고, 지기재에서 큰재로 가는 거다. 큰재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불러서 지기재로 이동했다. 그래야 날머리에서 바로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택시 기사님은 백두대간 전문이신 듯 보였는데, 내릴 때 포도즙 한 봉지를 주셨다. 시원하고 달콤해서 힘이 났다.


작년에 날머리였던 곳을 들머리로 와보니, 날머리에서 보급을 먹던 장소가 기억에 남았다. 나는 두 대원과 안전 하산해서 택시로 도착했던 곳이었다.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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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하고 내가 백학산에서 내려왔다고 하니, 그럼 거의 다 온 거였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당시 두 대원을 잘 구슬려서 완주시켰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쨌든 둘이 왔으니 빠르게 끝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초반에 속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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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백두로 정기 참석 시에는 평균 속도가 시속 2km 정도인데, 초반엔 거의 시속 4km로 이동했다. 평균 속도도 시속 3.4km였다.


그 덕에 초반 2시간가량만에 백학산에 도착했다. 5:44 출발, 7:56 백학산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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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오르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내려가는 것이었으니까, 3시간이면 충분했을 텐데, 진짜 아쉬웠다. 그 두 대원이 조금만 의지를 불태워줬었다면...


나만 이 구간을 보충하고 나니, 나머지 두 대원에게도 끝맺음의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둘은 관심 없겠지만 말이다. 그때도 백학산까지는 올라와서 아래 풍경은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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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이 구간을 보충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가다 말면 안 가느니만 못하다'라는 속담에 익숙하다 보니 갑자기 동행하게 되었다. 날이 무척 더워서 기획2대장님 혼자 오셨으면 고생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2대장님은 마지막 4km 남은 구간에서는 중령에서 고치령 가던 마지막 고난의 길이 기억났다고 하실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마지막 구간이 좀 지루하긴 했다. 작년엔 반대로 올라와서 이 구간을 어두컴컴할 때 와서 그런 곳인 줄 몰랐던 것 같다.


백두대간은 남진을 하는지, 북진을 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산 같다.

그렇게 지기재로 내려왔는데, 백두대간 생태교육센터에 수돗가가 있다.


물이 나온다!!! 와!!!!

바로 온몸에 수돗물을 부었다.

더운 날씨로 온몸이 땀범벅이었는데, 너무도 시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부은 후에 수건으로 닦고, 옷을 싹 갈아입으니 너무나도 개운했다. 매 산행마다 이렇게 막판에 개운하게 씻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차까지 걸어오는데도 다시 땀이 날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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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주파는 언강생심이었지만, 그래도 6시간 만에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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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는 Garmin 없이 핸드폰으로 측정했었는데, 거리 차이가 좀 많이 나게 나온다. 작년엔 어지간히 느리게 가긴 했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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