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을 찾아가는 여정
이우백두 20기, 21기 연합 산행 있는 날이었다. 산행을 마치고는 추암 해수욕장에서 놀기까지 하는 재밌는 코스다.
둘째 딸과 아내와 내가 신청했는데, 갑자기 출발하기 4시간 전에 첫째 딸도 "여름에 바다엔 가야지."라면서 본인도 가겠다고 한다. 나는 막 잠이 들려던 찰나였는데, 막내를 어떻게 할지 장모님과 통화 중인 아내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내가 큰 역할하지 않았지만, 아내가 교통정리를 마쳐서,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1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꿀잠을 잤다.
00시 40분까지 집합이어서, 00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장모님께서 내일 아침에 오시기로 해서 막내는 혼자 집에 남겨졌다.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를 혼자 두고 집을 나서는 우리 가족도 참 담대한 것 같기는 하다.
최근에 우리 집은 지금까지 써 둔 산행기를 책으로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아내와 내가 각각 사진과 글을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네 가족이 나온 사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침 이번에 첫째가 갑자기 가기로 하면서 이번에 산에서 넷이서 찍은 사진을 남겨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4시 47분 산행을 시작한다. 연합 산행이라서 오랜만에 북적북적 출발한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선두로 쌩하니 출발했고, 나와 아내는 후미보다 조금 앞의 그룹에 있었다. 아내도 여느 때와 달리 좀 쌩쌩해 보였다. 하지만 아내는 이번 산행에 한숨도 못 자고 참여를 했으니, 빠른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이라도 딸 둘을 산행 중에 만나기는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전진 앞으로 했다.
다만, 이번 산행의 등산로의 폭이 좁아서 추월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에 한 그룹이 잠시 쉬면, 앞질러 가고, 그다음 한 그룹이 잠시 쉬면 앞질러 가기를 반복했다. 좀처럼 선두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선두의 대원들이 점심을 먹을 때 즈음해서야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후미에서부터 선두까지 가보니, 전체 대원들이 어디서 어떻게 걷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기는 어려웠다. 내가 빨리 가야 되다 보니, 대원들을 면밀히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두 각자만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 구간에는 탁 트인 곳이 별로 없었지만, 상월산을 가기 전에 잠시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날이 맑지 않은 덕에 땡볕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날이 맑았다면 훨씬 힘든 산행이 됐을 것 같다.
결국 우리 넷이 찍은 사진은 남기지 못하고, 나와 딸 둘이 나온 사진만 챙겼다.
그리고 바다를 즐기기 위해 먼저 출발한 버스 한 대에 아이들을 먼저 보냈다. 후미가 모두 내려오고, 두 번째 버스로 바다에 도착해 보니, 두 딸은 바다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여름엔 바다지!"라고 하던 첫째 딸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서 좋았다.
해변에서라도 넷이서 사진을 남겼어야 되는데, 깜빡했다.
2025. 8. 9 백두대간 38구간(백봉령~이기령) / 난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