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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터

죽다 살았어요

도와주신 시민분들, 경찰, 소방관께 감사드려요.

by 바람이머문자리

9월 3일, 8km가량 러닝을 했다. 원래 하프를 뛰어볼까 하고 나갔는데, 정자역 인근에서 더 이상 뛰기는 힘들 듯해서 멈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카카오 바이크를 탔다. 그리고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10여분이 지나서야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탄천 길바닥에 누워 있었고, 주변의 시민분들이 분주하게 경찰과 소방관에게 연락 중이셨다. 내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일어날 수 없었고, 시민분들도 일어나지 말라고 누워있으라고 하셨다. 뭐가 어떻게 된 지 모르겠으나, 여기저기가 아팠다. 그리고 잠시 후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가면서 구조대원이 내 전화기를 가져가시면서 보호자에게 연락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아내가 많이 놀라겠네. 미안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CT,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 맞고 그러는 동안 아내가 왔다. 그때까지도 내가 어떻게 다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내는 공무원인 형님과 사고 경위를 조사했는데, 내가 카카오 바이크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넘어졌다고 했다. 카카오 바이크 탑승 시간이 7시 15분이었는데, CCTV를 보니, 1분도 되지 않아 넘어졌다. 나는 카카오 바이크를 잠금 해제하고, 집으로 출발하면서 속도가 빨라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응급실에 와서 보니, 뇌출혈(그리고 이로 인해서 왼쪽 귀에서 피가 났다.), 갈비뼈 2~6번 골절, 쇄골 골절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중환자실로 갔고, 2일인가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를 받았다.

그리고 기억 없이 넘어진 것으로 보아 실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심전도 검사를 했는데, 부정맥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공심장박동기를 부착해야 된다고 했다.


최근 1년간 꾸준한 운동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인공심장박동기 부착을 하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래야 쇄골뼈 연결 수술도 가능하다고 하여, 9월 9일 시술을 받았다. 인공 심장 박동기의 이름이 페이스 메이커였는데, 시술을 받으면서 앞으로 러닝을 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문제없다고 하셨다.



다행히도 뇌출혈은 출혈이 더 늘지는 않아서, 앞으로 2개월 정도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신경외과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는 쇄골뼈 수술은 9월 16일에 가능하다고 하여 어제 수술을 했는데, 마취에서 깨어보니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팠다. 무통 주사를 안 놔주셔서 극강의 고통을 느끼고, 병실에 와서 무통 주사를 맞았다. 무통 주사 동의서를 받으러 온 선생님께 원래 이렇게 아프냐고 여쭤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수술하고 1~2일 차가 아프고 괜찮아진다고 하신다.


그리고 오늘 집도의께서 회진을 도시는데, 보통 이 수술은 하고 나서 2일 후부터 퇴원이 가능하다고 목~토 중에 퇴원하라고 하셨다. 너무 아픈데, 당장 내일이 퇴원이 가능한 것인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금요일에 퇴원하겠다고 했다.



이제 부상 부위 대부분이 회복 추세에 있다.

나도 이제 좀 정신을 차리고, 당시 CCTV 영상도 보고, 카카오 바이크 이용 내역도 봤다.

CCTV 상으로는 너무 힘 없이 넘어졌다. 카카오 바이크는 7시 15분에 탑승해서 7시 28분에 반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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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넘어졌다가 깨어나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카카오 바이크를 반납해야 된다는 생각에 폰을 꺼내 반납을 했었다. 그러니 내가 기절해서 넘어지고 깨어나기까지 12분가량이 흘렀던 것 같다.


시민분들의 도움과 헌신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더 크게 다쳤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시민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경찰이나 소방서 측에서 어떤 분들인지를 확인해 주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남긴다. 제가 이렇게 무사할 수 있게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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