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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주은 Mar 18. 2019

찬밥을 먹으며

전원이 꺼져 있는 

전기 밥솥 

덩그러니 찬밥 한 덩이가 

고맙게도 다소곳이 앉았다.

배가 고팠다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버린 밤 

늦은 귀가에 만사가 귀찮다 


여관에나 있을 법한 쬐그만 냉장고엔 

먹을거라고는 

다 시어빠진 김치 쪼가리가 든 김치통과 

다 마신 주스통에 넣어둔 보리차 물 

이것이 전부다 


밥 그릇 하나 

숟가락 하나 기지고 와서 

방바닥에 놓고는 찬물에 밥을 만다 

물에 잘 섞이려 하지 않는 

밥 알갱이들을 보니 

울컥 가슴속에서 무엇이 치솟아 

코에서 찡하더니 

눈시울이 와르륵 뜨거워진다 

서늘한 자취방의 공기만큼이나 

물에 만 밥은 차갑다. 

세상 속 홀로 나 또한 덩그러니

찬밥처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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