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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Dec 26. 2022

크리스마스날의 성시경 콘서트

태어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콘서트를 다녀왔다.

뭔가 상징적(?)인 느낌의 성시경 콘서트를.

개인적으로 음악 듣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듣더라도 한 가수의 곡보다는 그냥 그 시기에 많이 들리는 곡을 듣다 보니 누군가의 팬인적도, 그래서 콘서트를 굳이 찾아가본 적도 없었다.

여러 가수가 나오는 콘서트는 몇 번 가봤지만, 이렇게 한 가수의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나의 첫 단독 콘서트의 주인공은 성시경 님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시점으로 콘서트를 보고 왔다.

성시경도, 그를 좋아하는 팬도 아닌 제3자의 입장으로 말이다.

3층 중앙 어디쯤에 자리했던 나는, 그의 말에 호응하고 웃고 또 소리 지르는 팬들과, 그들에 호응하며 적재적소에 걸맞은 농담을 주고받는 가수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유대감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커 보였다.

닿을 수 없는 가수와 만 명이 넘는 관객이 친해 보였다는 것이 이상할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성시경의 팬으로 방문한 모두가 오늘 세 시간 동안 조금 더 그와 가까워졌다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티키타카였달까?

이래서 가수를 하고 또 가수의 팬이 되는구나 싶었던 광경이었다.


콘서트에서 언급했던 그의 유튜브나 올해의 프로젝트들도 몰랐고, 부른 곡 중 반 이상은 가사나 제목을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같은 사람으로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지지 속에 놓인 가수가 부럽기도 했다.

오죽하면 '가수들이 어쩌면 콘서트를 하기 위해 가수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을 만큼 가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의 시간이었을 것 같아 보였다.

어제 그 역시 감사하다는 말을 참 여러 번 했는데, 그 말에 진심이 가득 묻어나보였다.

나라도 진짜 진심으로 순도 100퍼센트로 고마울 것 같긴 하다.


이런 콘서트를 하기에 앞서 부담감도 엄청나겠지만 막상 끝내고 나면 직업적인 자신감과 개인적인 자존감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할 것 같다고 생각했을 만큼, 온몸으로 지지받고, 응원받고, 사랑받는 게 눈에 보였던 세 시간이었다.

그 가수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으며 반응하는 팬들의 열정이 부러워 나도 같이 한참을 소리쳤다.

"우우우~~~" "꺄아아아!!!" "앵콜앵콜!!!" 등의 소리를 다 같이 낼 때, 또 마이크를 넘겨받아 떼창을 할 때 좀 많이 행복했다.

가수인 그는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안다고 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며 콘서트장 구석구석을 눈에 담으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언제까지고 영원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농담 삼는 그의 모습이 어른 같아 보였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어제 나는 반대편에서 보이는 반짝반짝한 응원봉 불빛을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응원봉을 그렇게 들고 있지 못했다.

반짝반짝한 모습을 유지시킨 채로 들고 있으려 노력했지만, 눈이 아파 도저히 그 상태로 둘 수 없어 완전히 켜두거나 혹은 꺼두거나를 반복했다.

그렇게 빛을 반짝이면 눈이 시릴게 분명해 보이는데, 그럼에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 가운데서 공연하는 가수로 하여금 빛을 보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만약 그런 거라면 정말 가수를 향한 팬들의 진심도 참 멋지고 대단한 것이구나 싶다.

그런 열정이 있다는 건 언제나 참 보기 좋은 모습이다.


언젠가 그의 콘서트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다음엔 그의 노래를 좀 공부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들어도 좋았지만, 아는 곡이 나올 때 더 반가웠기에.

이 콘서트 덕분에 2022년의 크리스마스는 내게 조금 더 반짝이는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 역시 성시경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돈내산이었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꼭 가수에게서 내가 오히려 무언가를 받아온 듯한 소감이 남았다.

진짜로도 응원봉을 나눠주셔서 들고 오긴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말이다.

'위로라고 하기엔 그는 나를 모르고, 힘이라고 하기엔 그보다 젊은 내가 힘이 더 있을 텐데...'

쓰면서 생각해 봤는데, 어제 나는 처음 보는 형태의 사랑을 목격하고 와서 채워진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을 향한 만 명의 마음과, 그 마음을 온전히 감사해하며 받는 가수의 교감이 보였다고 하면 조금 오버스러울까?

아무튼 우선은 명확하게 형언하기 어려우니 그런 것이었다고 결론지어보며, 

또 가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과 기억하고 싶은 가사를 끝으로, [2022 성시경 연말 콘서트] 후기를 마무리해 본다.


함께 걷는 이 길 다시 추억으로 끝나지 않게
꼭 오늘처럼 지켜갈게요

_성시경 [내게오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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