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GERFETISH
지난 글에서 썼듯 텉넘(토트넘의 영국식 발음.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에게 보강이 필요한 위치는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모리뉴 감독이 했던 말은 자신이 그간 쌓아왔던 행적에 반하는 일이고 우린 남은 3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그의 말을 믿을 필요 없다. 기다려보자. 우린 다니엘 레비(Daniel Levy)를 가지고 있다.
2013년 여름, 이 브라질리언 윙어는 첼시 입단을 꿈꿔왔다. 그러나 그가 우크라이나(샤흐타르 도네츠크)와 러시아(안지)에서 활약하는 동안 블루스(첼시의 별명)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런던팀인 토트넘의 제의를 받았고 이적을 결정했다. 언론에서도 윌리안이 토트넘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것은 보통 90% 이상 이적 작업이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첼시가 하이재킹(hijacking, 한 팀에서 영입하려는 선수의 이적을 중간에 다른 팀이 가로채는 것)을 시도했다. 약 3000만 유로를 들고 윌리안의 팀이었던 안지와 에이전트에게 접근했다. 안지의 허락 그리고 에이전트에게 이야기를 들은 선수가 마음을 바꿨다. 윌리안은 토트넘의 설득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8시간 후에 첼시로 떠났다.
이러한 사가(Saga)를 가진 선수를 또다시 노리고 있다. 영국 언론 Express는 4일 "토트넘이 윌리안 측과 접촉했다. 현재 이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는 첼시와의 계약이 6개월 남아있다. 첼시는 30세가 넘은 이 선수에게 1년 계약 연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선수는 2년 이상의 계약기간 보장을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2년 6개월 계약을 제시하며 다시 구애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견해 : 부제에 해시태그를 달아 놓았듯 토트넘은 정말 윙어 페티쉬(Winger Fetish)가 있는 것인가. 스탯은 귀신처럼 쌓는 루카스 모우라, 한 시즌의 반만 나와도 감사한 에릭 라멜라, 대한민국의 주장 손흥민, 새로운 아르헨티나인 지오반니 로 셀소 등 측면 위치에 설 수 있는 자원은 양적으로 풍부하다. 더군다나 한번 뺨 맞은 선수에게 다시 구애라니. 넌 밸도 없냐.
2016/17 시즌, 한국인에겐 그저 박주영 선수(현 FC 서울)가 뛰었던 팀으로 기억됐던 AS 모나코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 모습을 보였다. '돌풍'이었다. 세미 파이널(준결승)에서 유벤투스를 만나 합산 점수 4-1로 떨어졌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 제도)에서 맨체스터 시티, 도르트문트를 차례로 집으로 보냈다. 아 맞다. 토트넘이 조별리그에서 얘네 만나서 정신 못 차리고 두들겨 맞았다. 스쿨존에서 전력 질주하면 단속에 걸리는 킬리안 음바페(현 파리 생제르망), 신계에 노크만 잠깐 했었던 라다멜 팔카오(현 갈라타사라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매드무비 찍은 베르나르두 실바(현 맨체스터 시티) 등 많은 주연들과 같은 팀에서 왼쪽을 누비던 선수가 토마 르마다. 현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개, 걸, 윷 없는 윷놀이 중이다. 잘하는 날에는 왼발 드리블로 공격을 지원, 수비 가담도 많이 하지만 안 되는 날에는 공격 템포를 다 끊어놓는다.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는 기복은 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1995년생의 젊은 미드필더에게는 리그와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2일(프랑스 언론 Foot Mercato)부터 6일(영국 언론 The Independent)까지 토트넘과 르마가 연결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현재 토트넘은 르마를 영입하기 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협상 중이다. 이 프랑스 미드필더의 소속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18년 이적 당시 지불했던 7200만 유로(약 950억)를 회수하고 싶어 한다. 이에 토트넘은 영입 옵션이 달린 임대 이적을 추진 중이다." 또한 언론은 임대료에 대해 약 700만 유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어떤 선수인가? : 지금은 몸값에 비해 못한다고 욕을 먹지만 기본기는 좋은 선수다. 또한 170cm의 작은 체구임에도 공을 굉장히 잘 지키는 편이다. 정적으로 서있기보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의 역동작을 유도한다. 또한 기교가 적은 드리블로 상대를 벗겨내고 키패스를 공격수들에게 공급한다. AS 모나코 시절에는 같은 측면의 수비수였던 뱅자맹 멘디(현 맨체스터 시티)와의 호흡이 매우 좋았다. 두 선수 모두 빠르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에 강점을 지녔기 때문에 측면에서 중앙으로 누가 공급을 하든 위협적이었다. 오버래핑(수비수의 공격 가담)하는 멘디와 공을 소유하고 있는 르마는 상대 수비수에게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다.
견해 : 백번 양보해서 얘가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으니까 임대로 데려온다고 가정하자. 얘를 어떻게 쓸 건데. 스페인에서 살짝 고꾸라진 애를 데려와서 쓴다고? 다이어, 르마? 미친 거야?(아니, 은돔벨레는 어디 갔어 도대체 XX.)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전술도 전술이지만 영입 또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분명 감독이 알고 있을 텐데. 모리뉴는 알고 있을 거야. 모를 리가 없어. 네마냐 마티치(첼시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봐. 첼시에서 경질되고 모리뉴가 맨유로 갔을 때 마티치 데려왔잖아. 전술로 커버되지 않는 것은 영입으로 채워야 한다니까.
감독님 공격 쪽 보다는 든든한 국밥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랑 오른쪽 측면 수비수 데려와주세요. 제발...
추가 정보
※1. LEVY TIME. 이적시장 마감 전 극적으로 마지막에 선수를 데려오는 것으로 유명한 토트넘의 회장 다니엘 레비에 대한 단어다. 그는 협상을 질질 끄는 것을 좋아하며 이로 인해 판매 구단을 지치게 만드는데 아주 능하다. 그의 협상은 팬들을 이적시장 마지막까지 기대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오죽하면 알렉스 퍼거슨 경(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레비와 협상하는 것은 치질 수술보다 어렵다.'라고 했을까.
※2. 지난 글에서 이름이 거론됐던 부바카리 수마레와 히카르두 페레이라에 대한 뉴스들은 이적시장이 시작하자 귀신같이 자취를 감췄다. 여전히 토트넘은 부바카리 수마레에게 제의를 한 여섯 팀 중 한 팀이라는 소식 외에 별다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