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모리뉴 감독 아래에서 전술적으로 희생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경기들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상대의 진영에서 수비를 따돌리거나 골을 넣기 위해 돌진할 때 나와야 할 스프린트가 왼쪽 수비수 곁에서 수비할 때 나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본머스와의 경기는 이겼고, 또한 그가 어시스트 2개(무사 시소코가 약 2년 만에 골을 넣었다.)를 기록했기 때문에 논란이 아닌 단순 '손흥민의 체력 걱정'에 그쳤다. 그러나 OT(올드 트래포드)에서 있었던 경기와 그 결과는 토트넘과 관련된 많은 팬들에게 논란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
손흥민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모리뉴 감독은 공격을 할 때도 수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오리에의 극단적 전진을 지시하면서도 반대쪽 얀 베르통언(혹은 벤 데이비스, 현재는 부상이지만 그 전 경기에는 벤 데이비스가 출전했었다.)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3명의 수비수를 남겨놓는 방식을 구현한다. 즉 3-2-5 혹은 4-2-4 대형으로 경기를 해왔다. 공격에서도 많은 플레이어들을 위치시켜 골이 들어갈 가능성을 높이고, 수비 또한 안정적인 숫자를 두어 카운터(역습)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또한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를 지시했다.
손흥민은 포르투갈 감독이 부임한 이후 자신이 줄곧 뛰어오던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상대 골문 앞부터 왼쪽 수비수의 옆자리까지 오르락내리락했다. 수비 가담, 1v1 개인 전술로 상대 수비 벗겨내기 그리고 카운터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앞으로 나가 득점까지.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역할을 부여받았고 우려스러웠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손흥민은 본머스와의 14라운드 경기에서 스프린트를 약 24회(팀에서 가장 높은 횟수)를 기록했었지만 경기 후반에 다다르자 스피드와 힘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다.)
델리 알리의 지난 시즌
포체티노와 알리 (사진 출처 :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델리 알리(이하 알리)는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후부터 줄곧 공격수 바로 아래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어왔다. 알리는 케인 아래 위치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 골을 넣거나 골 직전의 파이널 패스를 넣는 역할 그리고 공을 편안하게 오래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는 재능 있었고, 긴장하지 않았으며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아래에서 점점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2018-19 시즌은 지난 2~3년간 자신이 뛰었던 자리가 아닌 곳에서 전 감독이 원하던 역할을 수행했다. 백 포를 보호해줘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완야마, 다이어)와 윙백들의 부진을 함께 맞아버리면서 포체티노는 잘 쓰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술을 넣어두고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구성하여 수비와 중원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전술을 택했다. 그는 무사 시소코가 상대 공격을 쓸어 담으면 공을 소유하여 운반하고 팀 수비 진영에서 공을 안전하게 배출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상대 골대와 더 멀어진 곳에서 플레이를 했고 지난 세 시즌 수치 비교가 말하는 것처럼 이 재능 있는 96년생 미드필더는 자신이 가장 잘하던 곳이 아닌 영역에서 플레이하며 희생당했었다.
델리 알리의 최근 세 시즌 성적 : 2016-17 50경기 출전 22골 11도움 / 2017-18 50경기 14골 16도움 / 2018-19 38경기 7골 8도움
이겨낼 수 있는 선수
손흥민은 이러한 상황을 그가 그래 왔듯 자신이 가진 능력을 보여주며 해결할 것이다. 2016-17 시즌 콩테 감독의 첼시가 백 쓰리로 다른 팀들을 두들겨 팰 때 포체티노 또한 변화를 선택했었다. 조금 더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에 더 익숙했던 알리와 에릭센이 선택받았고 그 과정에서 손흥민이 외면받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고 시즌 커리어 하이(21골 7도움, 2017-18 시즌 18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바로 경신했다.)를 기록했다. 이후 나이키가 만들어 준 유니폼을 입고 지금까지도 팀 내 톱 스코어러로 군림하고 있다.
손흥민은 희생당하는 것이 아니다. 모리뉴의 팀으로 바뀐 후 선수들은 수비에서 공을 탈취하면 한국의 주장을 가장 먼저 찾는다. Humble One(모리뉴가 토트넘이 경기를 이긴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은 한 것이 없다. 나는 단지 그들이 이기기 위해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이다. 해리, 무사, 산체스, 오리에 같은 선수들의 어메이징하게 경기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걸 보고 외신 기자들은 'Humble One'이라는 별명을 새로 사용했다.)의 기본 마인드인 '공을 상대 골문까지 직선적으로 가장 빨리 도달시킬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손흥민, 알리, 케인은 모리뉴 감독이 맨체스터에 있었을 때부터 칭찬했던 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에 제약이 없다. 케인은 중앙, 알리와 손흥민은 후방까지 내려와 상대 수비를 유인하고 때로는 수비적 공헌으로 팀을 돕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계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길 바라고 완성형이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최고 선수를 응원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손흥민은 알 것이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그의 팀은 현재 새로운 변화를 겪는 중이며 시즌이 끝나려면 약 5개월(또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한다면 6개월)이 남아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토트넘의 새로운 헤드코치로 모리뉴가 부임했다. 그가 팀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은 입증되었다. 그러나 그가 온 후로 고작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경질 후 부스트와는 다르게 팀에 자신의 색을 입히는 것은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지 못한다. 희생과 전술적 문제점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그러나 앞으로 경기 결과와 내용을 챙기지 못한다면 국내 커뮤니티와 포털에서는 역사상 유래 없는 팬덤 대전―무리뉴 v 손흥민 v 토트넘―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까 잘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