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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원 Dec 24. 2019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 개X끼들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첼시는 토트넘이 몇 년 전 그랬던 것처럼 새로움과 역동성을 가진 팀이고, 지난 월요일 새벽 경기의 홈팀은 그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팀들 중 상위권이었지만 그들은 분명 이번 시즌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축구를 하고 있다.


에당 아자르에게 거친 태클을 하고 다이어 또한 한동안 절뚝이며 경기했다.(사진 출처=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약 3년 6개월 전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자. 토트넘이 레스터 시티와 리그 우승 경쟁을 할 때 말이다. 'The Foxes(레스터 시티의 별명)'에게 우승을 확정시켜줬던 경기 상대가 바로 첼시였다.(2016년 5월 3일, 첼시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열렸다.) 스퍼스는 전반 케인과 손흥민의 골로 리드를 가져갔지만 후반에는 그것을 잃어버렸다. 케이힐과 아자르의 골에 2-2로 비겼고 원정팀은 막바지에 자신들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거친 반칙을 저질렀다. 한 경기에 호루라기로 잡힌 반칙만 29회(토트넘 20, 첼시 9)였고 노란 딱지를 발급받은 선수들은 총 12명에 달했다.(토트넘 9, 첼시 3) '탈압박을 하기 위해 압박 지역으로 들어가는 선수'였던 무사 뎀벨레는 '뎀장군'이 되어 축구3을 시전 했고, 상대팀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의 눈을 찔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선수들 사이에서 싸움을 중재했던 것이 '감독은 잘 뽑았구나.' 할 수 있었던 팬들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축구 3 : '축구 1'이란,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축구. '축구2'란 승패와는 상관없이 점유율, 드리블 성공, 드리블 횟수를 더 중요하게 다루는 메커니즘이다. 문제의 '축구3'은 1,2와는 관계없이 상대를 향한 폭력을 즐기는 것이다.(궁금하다면 찰리 아담을 구글해보시길.)

시소코 케인 뇌절1 뇌절2(왼쪽부터, 사진 출처=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서두에 작성했던 대로 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토트넘의 지난 새벽 런던 더비는 매우 부끄러웠다. 경기를 초반부터 주도하지 못하는 '슬로우 스타터'기질은 알고 있었지만 홈에서 슈팅 5회(첼시 13회), On target(유효슈팅) 1회, 파울로 가자니가 골키퍼의 분데스리가 챌린지, 에릭 다이어의 '난 못 뛰겠으니까 네가 가서 잡아' 등 경기 내내 만족스러운 공격 과정 하나 없이 시간을 보냈다.

분데스리가 챌린지란, 바르셀로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가 2013/14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자신에게 오는 공을 걷어내려고 했으나 자책골이 되어버렸다. 이때의 자세가 마치 분데스리가의 로고와 닮았다고 하여 피케를 '분데스리가 홍보대사'로 놀리곤 했다. 이후부터 어이없는 실수 혹은 헛발질이 그 로고와 비슷할 경우 '챌린지(ex,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이름을 붙여 조롱하곤 한다.

챌린지 로고(사진 출처=분데스리가 홈페이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패배를 함에 있어 축구 내적인 과정을 차치하더라도 축구 외적으로 너무나 좋지 않은 이슈들이 있었다.

#1. 손흥민은 2010년 선더랜드에서 뛴 적 있었던 리 캐터몰 이후 한 해 3번 퇴장당하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약 7개월 만에 이룩한 업적이고 당당히 Red Card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손흥민은 상대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다소 거친 수비에 넘어진 후 상대 하체에 위치했던 왼발을 복부를 향해 밀어 올렸다.(그냥 발길질이다. 논란이 될 수 있어 길게 표현했지만 발길질만큼 좋은 단어는 없다.) 이때 손흥민의 고개는 뒤로 젖혀 있었지만 분명히 뤼디거를 의식하고 있었다. 이것은 고의성이 짙은 행동이었으며 VAR에서도 'Violent Conduct(폭력적인 행위)'로 놓고 분석했다. 덕분에 팀에서 해리 케인, 델리 알리와 함께 좋은 분위기를 선물해주던 손흥민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박싱데이를 앞둔 팀에도 피해를 끼치고 말았다.

#2. 개인의 분노조절과는 관계없이 더 질 나쁜 사건은 발길질 이후 발생했다. 64분경 뤼디거는 수비 과정에서 원숭이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원숭이 울음소리와 제스처는 흑인을 비하하는 뜻이다.) 팀의 주장인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는 같은 팀 선수가 당한 심각한 행위를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전달하였다. 그는 경기를 중단한 후 바로 양 팀 감독에게 상황을 알렸고 양 팀 선수들은 승패를 떠나 이 행위에 대해 항의했다. 이후 98분까지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장내 아나운서는 3번(74분, 83분, 93분) '관중에 의한 인종차별 행위는 경기를 방해합니다.'라고 멘트를 했다.(이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개선된 반인종차별 프로토콜에 의해 시행되었다.) 이 사건이 더 심각한 이유는 이 행위가 있었던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월 8일 열렸던 맨체스터 더비 경기였다. 당시 경기 카메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미드필더 프레드가 코너킥을 차러 가는 과정을 잡고 있었고, 그 뒤로 원숭이 제스처를 취하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 팬의 행동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다. 이후 선수가 관중석에서 날아오는 물건들을 맞는 것까지 말이다. 정말 웃긴 것은 자신의 팀 에이스 라힘 스털링이 인종차별 이슈로 시끄러웠던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모든 구단과 리그를 관리하는 사무국은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이란 캠페인을 지지하고 선수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에 필수적 존재인 팬들이 선수들에게 이러한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스포츠를 즐길 권리를 주면 안 된다. 오염이 자정 되지 않는다면 그들을 찾는 작업은 멈추지 말아야 하며 붙잡힌 이들 하나하나 다른 팬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아주 무거운 형을 내려야 한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 손흥민에게 퇴장을 명령했다.(사진 출처=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다행인 점은 앤서니 테일러 주심의 중재가 꽤 괜찮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가 터졌을 때 경기를 속행하거나 분쟁과 논란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선수들은 더 격해지고 팬들은 더 폭력적인 행위를 한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경기를 끊고 확실한 처리를 했다. 약 100분 동안 옐로카드에 7명의 선수 이름을 적었고, 보복성 행위를 한 한국인 선수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몸싸움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확실한 주관을 갖고 있었고 우린 델리 알리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신경전을 벌일 때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던의 주인, 모리뉴v램파드(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모리뉴 더비 등 이야깃거리가 풍부할 것이라 예상됐던 경기는 선수와 팬, 개인의 행동으로 인해 오염되었다. 그 덕에 월요일 새벽을 즐기려고 했던 이들에게 더러운 기분만을 남겼으며 아주 오래간만에 나온 다시는 보기 싫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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