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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Watch Ultra 3 후기

내가 왜 1년을 기다렸을까..

by 시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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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아이폰 16 프로 맥스를 사면서 메인 환경을 iOS로 바꿨지만, 끝까지 고민하던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어떤 애플워치를 살지였다. 10 시리즈 스테인리스 모델을 사자니 이 가격이면 울트라가 눈에 들어오고, 울트라를 사자니 또 괜히 곧 신모델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망설였다. 별거 아닌 일인데도 1년 가까이 고민만 했다. 그러다 최근 애플워치 울트라 3가 출시되면서 드디어 고민을 끝내고 과감히 질렀다. 18개월 할부로. 아이폰 할부가 아직 남아있지만, 그냥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질러버렸다.


내가 워치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상 상황에서 응급 요청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나 알람 확인, 카메라 리모컨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실수로 어딘가에 부딪힐 때가 있다. 그중에는 정말 긴급한 상황이 있었고, 혼자 있어서 도움을 청할 수 없던 순간이 가장 곤란했다. 이런 때 SOS 기능으로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부모님도 나도 한 번씩 그 기능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그럼에도 1년이나 고민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스테인리스나 티타늄 소재를 쓰는 애플워치의 가격이 정말 살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알루미늄 모델로 갈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색감이나 전체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그 끝없는 고민에 빠졌다가, 1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결론이 났다. 이제 각설하고, 가볍게 한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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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애플워치 패키지는 뜯는 순간부터 설렘이 가득하다고 했던 게 떠오른다. 그 말에 정말 공감한다. 겉포장을 열면 워치와 스트랩 박스 주변으로 펼쳐지는 산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지금이라도 워치를 차고 바로 산으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다. 마치 아이폰을 언박싱할 무렵 잊어버린 설렘을, 워치를 통해 다시 되찾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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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포장은 과대포장이라 느껴질 만큼 단출하지만, 처음의 그 설렘 덕분에 오히려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열다 보니 스트랩 포장이 예상보다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꽤 뜯기 어려웠다. ‘왜 이게 안 나오지?’ 하며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결국 답은 간단했다. 화살표 방향으로 힘껏 잡아당기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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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애플워치 울트라 3 본체, 충전 케이블, 그리고 티타늄 밀레니즈 루프로 아주 단출하다. 큰 박스에서 이 정도만 나오니 괜히 포장이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구성품이 따라오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워치를 사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첫 루프를 무엇으로 할지였다. 모든 루프가 다 마음에 들어서 실용성 면에서 어떤 게 좋을지 꽤 오래 고민했다. 그러다 개별 가격을 살펴보니, 티타늄 루프를 본체와 함께 처음 살 때 선택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 따로 사면 훨씬 더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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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티타늄 루프가 팔에 털이 많다 보니 생각보다 자주 털이 끼거나 잡아당겨지는 일이 있었다는 거다. 디자인은 정말 예쁜데, 그게 또 슬픈 부분이다. 결국 이 루프는 가끔 기분 전환할 때만 쓰기로 하고, 오션밴드를 추가로 구매했다. 실리콘 소재임에도 사이사이에 구멍이 있어서 두께감이 꽤 있는데, 의외로 가볍고 착용감이 편하다. 예상 밖으로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이런 게 바로 정품 루프를 사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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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Watch Ultra 3의 디자인은 이전 울트라 시리즈와 비교해 외형적으로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내부적인 개선만 있었을 뿐, 겉모습은 그대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꽤 아쉽게 느껴진다. 애플워치 10 시리즈가 기존 모델보다 두께를 줄였던 것처럼, 울트라 3에서도 그런 변화를 기대했지만 결국 두꺼운 두께는 그대로 유지됐다. 물론 러기드 디자인을 강조하는 제품이라 이해는 되지만, 실용성을 생각하면 두께는 충분히 개선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생각도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던 여름시즌까지의 의견이고, 긴 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가을/겨울 시즌에는 완전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옷소매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드물고, 중요한 일정이 있어 와이셔츠를 입는 날에는 그냥 차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었다. 더군다나 팔 끝이 조여지는 운동복을 입는 경우에는 되려 소매 끝을 생각보다 많이 늘려서 안 이쁘게 만드는 주범이다. 결론적으로 울트라 시리즈도 유의미하게 두께 감소가 이제는 필요로 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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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목에 차고 약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업무부터 시작해서 여행, 개인적인 모임, 운동까지 여러 상황 속에서 사용해 본 소감을 정리하면 전반적으로 조금 애매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니 그냥 내가 울트라가 필요로 했었을까? 울트라가 주는 사용자 경험은 워크홀릭에 가까운 직장인 입장에서는 일반 애플워치와 비교해서 특별하게 더 나은 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나마 유의미하게 괜찮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꼽아보자면 일반 애플워치에는 없는 동작 버튼과 듀얼 GPS이다. 음성메모, 번역, 스톱워치 등의 기능을 빠르게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동작버튼은 업무 중 녹음이 필요로 할 때 복잡한 과정 없이 한 번의 누름으로 바로 녹음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그리고 듀얼 GPS는 바닷가 주변을 걸으며 산책할 때, 그리고 주말에 자전거를 탈 때 다른 워치들보다 더 정확하게 이동 거리가 산출되어서 이동 시간 계산과 페이스 조절에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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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결론을 내고 정리해 보자. 애플워치 울트라 3은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서 일부 개선이 있었으나, 크게 유의미하게 변경된 점이 없는 스마트 워치라고 할 수 있겠다.


애플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액티비티 한 것을 좋아한다면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보다 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외의 다른 모든 조건에서는 상당히 애매한 상태라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든다. 사실상 이틀 이상 사용이 가능한 애플워치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장점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그리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물며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갤럭시 워치와 비교해서도 부족한 상태이다. 주기적으로 혈압계를 사용해서 보정만 해준다면 언제든지 측정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혈압계를 착용하고 측정값을 기록받는 알림 수준이라 크게 실망했다. 이러나저러나 사용자에게 최대한 적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괜찮다고 여겨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 그러하다..


여러모로 1년 동안 기다린 게 왜 기다렸던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차라리 상대적으로 10 또는 11 시리즈를 구매하는 것이 더 만족도 높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왕 구매한 거 가능한 오래 쓰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모르겠다. 어느 시점에 갑자기 또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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