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backstay)
지난번 메인세일 트리밍 포스팅을 할 때 자료 검색 중에 이런 걸 찾았습니다.
백스테이, 핼야드 등의 텐션에 따라 세일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앱인가 봅니다. 조정에 따라 세일의 형태가 실시간 변하고 시점을 360도 바꿀 수도 있어 세일 트리밍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더군요. 그러나 굳이 앱을 다운 받아 같은 걸 여러 번 볼 필요가 있을까요? 데스크톱 버전은 무료라기에(그건 또 왜..) 웹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망했나 보더군요. 어쨌든 세일 트리밍은 이미지나 영상 자료 찾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었는데 개발자님에게 감사의 묵념...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백스테이의 기능은
1. 마스트 밴드 : 백스테이를 당길수록 메인세일은 납작해진다
2. 포어스테이 튜닝 : 백스테이를 당기면 포어스테이 텐션 역시 높아진다
정도였죠. 이제 구체적으로 백스테이를 '어떻게' 당기는지 살펴봅시다.
백스테이라고 예외는 없습니다. 보통의 사람이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의 크기는 34킬로그램 정도라고 하죠. 힘이 이보다 크면 우리는 도르래의 원리를 활용해 블록과 태클을 쓰거나 윈치를 영입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좀 더 큰 하중을 정교하게 처리하는 유압식 피스톤이 있었죠.
가장 간단한 형태인 블록과 태클을 이용한 백스테이 조절은 작은 배에서 주로 쓰입니다. 아래의 배는 하중을 1/2로 줄여주는 움직도르래가 네 개 있으니 힘을 1/16으로 줄여 주겠네요. 레가타 용으로 쓰이는 배이므로 백스테이 조절이 쉽도록 조타수 위치까지 회로가 닿아 있습니다.
보다 많은 배에서 백스테이는 Y자가 거꾸로 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백스테이가 트랜섬 중앙에 한 줄로 내려와 연결된 것이 아니라 두 줄로 나뉘어 트랜섬의 양 말단에 연결된 형태죠.
방해하는 구조물 없이 널찍한 배꼬리 부분을 '바다 위의 테라스'라고 부르는 수퍼요트 월리(Wally)에서 주로 사용했으나 요즘엔 사이즈가 큰 크루즈 요트는 대부분 이 방식입니다.
이런 요트의 백스테이는 깔끔함이 생명이므로 보이지 않는 유압 피스톤이 데크 아래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배꼬리 중앙에 스트럭처가 필요 없으므로 데크 밑으로 고무보트 차고를 배치하기에도 좋죠. 하지만 사이즈가 큰 크루즈 요트만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건 아니에요.
메인시트 포스팅에서 만났던 J24입니다. 이 배는 방향타가 밖으로 나와 있어요. 방향타가 차지하고 있는 트랜섬 중앙에 백스테이가 연결될 수 없었겠죠? 그러나 Y자 백스테이가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위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 백스테이에 연결되어 있되 백스테이인듯 백스테이는 아닌 빨간 줄과 블록이 보입니다. 이 3개짜리 블록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백스테이 텐션을 조절합니다. 지퍼 닫히듯이 아래로 쭈욱 내려가면 백스테이 텐션이 증가하는 겁니다. 이 방식은 조절이 빠르기도 하지만 매우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원 백스테이 자체는 이 빨간 줄과 상관없이 독립적이니까요. 블록이 손상되거나 빨간 줄이 끊어지더라도 마스트가 무너질 염려가 없습니다.
빠른 조작이 필요한 레이스용 보트가 아닌 경우 기계식 텐셔너가 장착되어 있기도 합니다.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블록들이 없으니 보기에 깔끔하고 안전하기도 합니다. 아래는 자체 손잡이를 펴 올려서 돌리는 방식입니다.
윈치의 손잡이를 꽂아 돌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둘 다 방식은 다르지만 일종의 턴버클이에요. 단점은 느리다는 것입니다.
배가 40피트 이상으로 커지면 유압식 백스테이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동식은 피스톤 옆에 레버가 달려 펌핑을 하고 자동식은 콕핏에서 우아하게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잠깐, 백스테이는 어떤 '줄'을 사용할까요?
소형 요트의 경우에는 폴리에스테르 줄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배가 커서 하중이 늘어난다면 오늘날의 밧줄 포스팅에서 이미 한번 살펴본 '늘어남'의 문제가 생기겠죠.
거꾸로 된 Y 백스테이의 경우, 조절이 필요 없는 윗부분은 보통의 스탠딩리깅용 재질을, 아랫부분은 좀 더 부드러운 재질을 써요. 와이어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유연한' 와이어인 7x19 와이어를 써요. 앗, 슈라우드 포스팅에서 살펴본 1x19 와이어랑 다른 건가요?
네, 두 와이어의 단면은 각각 아래와 같이 생겼어요.
7x19 와이어는 마치 작은 1x19 와이어가 7가닥 꼬인 것처럼 생겼어요. 1x19 와이어에 비해 쉽게 휘어지겠죠? 늘어남의 정도는 좀 더 크더라도 블록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렇게 부드럽게 휠 수 있는 와이어가 필요합니다.
유연할수록 더 작은 지름의 도르래를 사용할 수 있어요. 반대로 단단할수록 도르래 역시 커져야겠죠. 섬유 로프의 경우 도르래의 지름은 로프 지름의 8배를 기준으로 계산해 선택합니다. 로프 지름이 6mm이면 도르래 지름은 48mm면 되죠. 와이어 도르래의 경우 와이어 지름의 25배가 되어야 해요. 6mm 와이어를 쓴다면 도르래의 지름은 6x25=150mm가 되어야 하는 거죠.
도르래가 파인 곳의 모양도 사용하는 줄의 재질에 따라 아래와 같이 달라진답니다. 와이어용은 V자, 섬유 로프는 U자, 그리고 케블라 로프는 납작한 도르래를 써요.
수미일관 스웩, 앞에서 언급했던 백스테이의 기능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1. 마스트 밴드 : 백스테이를 당길수록 메인세일은 납작해진다
2. 포어스테이 튜닝 : 백스테이를 당기면 포어스테이 텐션 역시 높아진다
그러나 이게 모든 배들에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에 나가 있는 배들의 돛 부분을 보면 헤드세일과 메인세일이 같은 높이에 있는 배들(오른쪽)과 헤드세일이 좀 더 아래에 있는 배들(왼쪽)이 있습니다. 각각을 마스트헤드(masthead) 리그와 프랙셔널(fractional) 리그라고 합니다.
마스트헤드 리그는 포어스테이와 백스테이가 마스트 꼭대기에서 만나는 리깅입니다. 헤드세일의 사이즈가 대체로 크고 대부분 마스트 뒤쪽까지 배를 '덮는'경우가 많죠. 백스테이를 당기면 2번 기능, 포어스테이는 직통으로 당겨져 튜닝할 수 있지만 백스테이 하나만 가지고는 1번 기능, 마스트 벤드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혹은 너무 많이 휘어져도 컨트롤 할수가 없죠. 아래 그림처럼 러너나 베이비스테이 등이 더 있다면 마스트 중간 부분도 적절히 조절이 되겠죠.
반면 프랙셔널 리그는 포어스테이의 윗쪽 끝이 좀 더 낮은 곳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예요.
헤드세일의 사이즈가 작고 따라서 마스트가 좀 더 앞쪽에 위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랙셔널 리깅은 메인세일을 좀 더 섬세하게 트리밍 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스에 중점을 둔 보트에서 좀 더 많이 보입니다. 몇 년 전부터 프로덕션 요트에서도 유행하는 셀프태킹 기능을 넣기에도 프랙셔널 리그가 좀 더 적합하죠. 헤드세일이 좁아 마스트 앞에서 떨어지니까요.
프랙셔널 리그의 백스테이를 당기면 어떻게 될까요?
1번 마스트 밴드는 잘 만들어지지만 2번 포어스테이 튜닝은 제한적이에요. 원하는 포어스테이 텐션을 주기 위해서 마스트가 얼마나 구부러져야 할지 컨트롤이 안되니까요.
백스테이가 아예 없는 배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백스테이 자체가 없으면 튜닝은 그만두고 마스트가 서 있는 것도 이상한 거 아닌가요?
스프레더가 뒤로 꺾인 녀석들은 힘쎈 슈라우드가 뒤쪽으로도 당겨주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백스테이의 역할을 합니다. 대략 40피트 이하의 작은 요트들은 백스테이를 생략하는 게 가능해요. 이보다 큰 배는 러너(runners)를 달아야 합니다. 앞에서 이미, 벤딩 안 되는 마스트헤드 리그와 포어스테이 텐션 못 주는 프랙셔널 리그를 구원해줬던 녀석이죠.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에요.
마스트헤드 리그와 프랙셔널 리그, 요트 관련 서적에서는 마치 남한 북한 가르듯이 양분해 설명하지만 사실 요즈음엔 이 둘의 경계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요. 마스트헤드 리그처럼 보이는 배도 뒤로 꺾인 스프레더가 장착되어 있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헤드세일이 슈라우더 안쪽으로 시트가 연결된 경우가 많아요. 점점 배가 적은 인원으로도 조종 가능하게 하는 것이 추세이고 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세일트림이 좀 더 간단하고 쉬우니까요. 이렇게 작은 헤드세일을 쓰다가 정말 헤드세일이 제대로 필요할 때는 간편한 코드제로(Code 0)를 펴는 경우가 많습니다.
https://www.sailmagazine.com/cruising/tension-aloft
https://www.sailmagazine.com/diy/know-how-modern-rigs-101
http://www.bamarusa.com/products/manual-stay-adjuster/
https://en.wikipedia.org/wiki/Fractional_rig
https://www.sail-world.com/news/228343/Bamars-got-your-back-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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