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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게더아트 Mar 08. 2019

미술시장에서 근대미술에 담긴 민중의식과 가치를 읽다.

알.돈.미_주송현의 알면 돈 되는 미술이야기

해마다 새싹이 움트는 3월의 첫날은 과거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대한민국의 독립 의사를 전 세계에 알린 날이자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기 때문에 문화예술계의 움직임도 분주하고 활기가 넘친다. 곳곳에서 예술이라는 매체로 3·1운동의 거대한 역사적 서사를 재조명하는 행사와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미술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아트투게더의 아트디렉터로서 필자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근대미술품의 현황을 살펴보면서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되고 확장된 민중의 역사와 의미를 읽어내고자 한다.




1. 전통과 새로운 화풍의 만남-근대 서양화의 시작



우리나라 근대가 시작된 시기에 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양하다. 실학사상이 발전한 18세기, 비록 불평등 조약이지만 최초의 국제법 조약으로 문호를 개방한 강화도 조약 체결 이후, 정치적 개혁 운동인 갑신정변이나 갑오개혁 등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한다. 근대가 언제인지 작은 의견차는 있지만, 서양 근대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 시대라고 설명할 수 있다. 


미술 분야에서는 근대 회화가 발전한 시기를 서양 화풍이 들어온 19세기 말경부터 광복을 맞이한 1945년까지로 정의한다. 당시 본격적으로 서양 문화가 유입됨에 따라 전통 회화는 혼돈과 전환의 시대를 맞게 된다. 


1920년 『폐허(廢墟) 』라는 문예동인지에 실린 “예술을 평민화하는 것보다 평민을 예술화 해야한다”는 주장에는 민중 전반의 의식을 고양해야 한다는 계몽적 차원의 민중론이 담겨 있다. 근대의 물결이 미술계를 장악하면서 전통을 고수하는 화가와 서양화풍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화법을 모색하는 화가, 유학을 떠나는 화가 등 새로운 변화가 촉발되고, 회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한국 근대미술의 초석을 다지고 걸작을 통해 미술시장까지 관통한 작가로는 ‘제 1호 서양화가’인 춘곡 고희동(春谷 高羲東, 1886~1965)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정월 나혜석(晶月 羅蕙錫, 1896~1948)이 있다. 



한국에 최초로 서양화를 도입한 작가, 춘곡 고희동

춘곡 고희동은 한국에 최초로 서양화를 도입한 작가이다. 1909년 일본의 도쿄미술학교(東京美術學校) 서양화과에 입학했고, 1915년 귀국한 후에는 여러 중등학교에서 서양화 기법을 가르쳤다. 한편 서화협회를 창설하고 협회전을 개최하였으며 회보를 간행하는 등 근대적 미술운동을 적극 추진하였다. 전통 회화와 서양화를 절충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지만, 고희동이 남긴 서양화는 몇 점에 지나지 않는다. 대표작으로는 『자화상』(1915,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산수화』(서울) 등이 있다.




춘곡 고희동, <부채를 든 자화상>, 1915, 61x46cm, 캔버스에 유채


춘곡 고희동의 서양화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부채를 든 자화상>이 있다. 프랑스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교수에게 배웠기에 이 작품은 인상파적 색채가 강하게 담겨있다. 


춘곡 고희동, <모춘暮春>, 1948, 23.5x26.5, 종이에 수묵담채


춘곡 고희동의 작품 중 현재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들은 주로 종이나 비단에 수묵담채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거래 이력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자체 최고가 기록을 세운 작품은 1948년에 제작된 <모춘暮春>이며, 2013년 12월 한 미술품 경매에서 4,6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외에 작품들은 대체로 1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꽃은 지더라도 새로운 봄은 온다.” , 정월 나혜석


서양화가이자 문학가로서 근대 신여성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정월 나혜석은 20세기 초 한국 사회에 팽배했던 남녀 차별과 불평등, 여성에게만 정조를 강요하는 이중성에 대항하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그녀는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자 예술가였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균열하는 순간에도 고매한 의지로 바로 서고자 한 그녀의 인생은 예술 그 자체로 귀결된다. 


나혜석, <자화상>, 62x50cm, 캔버스에 유채


<자화상>이라는 본 작품 속에는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슬픔을 머금은 두 눈, 오똑하고 긴 코, 굳게 다문 입매로 표현된 여성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나혜석이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전체적으로 어둡고 각진 선의 구성에서 남성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아울러 단발머리와 서양식 복식은 선각자적인 자의식을 지닌 신여성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정월 나혜석, <비구니>, 33.4x24.2, 패널에 유채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작가, 작품은 아니지만 역사적 의미와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정월 나혜석의 작품은 근대 작품 중 고가에 거래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12월 한 미술 경매에서 <비구니>라는 작품이 8,8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는 시대를 앞선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살아간 작가의 활동과 함께 작품 속 비구니를 인상파적인 감성과 뛰어난 색감으로 묘사한 걸작으로서의 희소가치가 반영된 금액이다.


 

2. 근대 한국 산수화의 전형-소정 변관식



향토미술의 개념은 독일의 Heimatkunst에서 출발하여 1900년대 초 일본에 유입되었다. 한국에서 향토적 풍경을 배경으로 그린 풍속화는 1920년대 말 등장하여 1930년대에 유행하게 된다.


한국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인 장우성의 <귀목, 1935>과 이인성의 <가을 어느 날, 1934>은 1930년대의 향토적 풍경을 담아낸 작품들이자 당시 조선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이들의 작품은 현재 국내 미술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만, 작품에 담긴 목가적 풍경이 민족주의적 의식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조선미술전람회의 심사위원이었던 일본인들의 이국적 취향에 부합하는 식민지적 의식에 토대를 두었기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소정 변관식(小亭 卞寬植, 1899-1976)은 우리 민족의 고유성을 화폭에 담아낸 근대를 대표하는 산수화가이자 친일화가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야인의 삶을 선택한 민족예술의 지사(志士)였다. 그는 19세기의 마지막 해에 태어나 서세동점의 개화기, 치욕의 일제강점기, 격동의 해방공간, 통한의 분단사를 헤쳐 오면서 조국 산천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작품에 그려냈다. 현재 소정 변관식이 미술사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민족회화에 대한 자각과 예술적 구현을 통해 ‘소정 양식’이라는 근대 산수화의 전형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소정 변관식, <금강산 사계 金剛山 四季>, 1960, 31.1x124.5cm, 종이에 수묵채색


오늘날 미술학계에서 근대의 걸출한 화가로 인정받고 있는 소정 변관식의 작품 중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가격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자체 최고가는 2010년 10월 경매에 출품되었던 <금강산 사계, 1960>이며 당시 2억 5,500만 원에 낙찰되었다. 해당 작품 외에는 대체로 1000만 원대 구간에서 매매가 활발한 편이다. 이는 국내 현대미술의 최고가 이력과 비교해도 저조한 것이며,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 그와 견줄만한 작가의 작품들이 100억 이상 1000억 원대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 · 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다. 이에 국가와 민족을 지켜내는 원천적인 힘 역시 문화에 있다. 1919년 3월 1일은 대한민국의 자주적 독립을 전 세계에 외친 날이다. 예술가들 역시 자신들만의 고유한 예술 언어로 민중적 애환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화가들의 작품에 대해 현재 우리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올해는 3.1운동이 100주년 되는 해이기에 뜨거운 예술적 혼으로 민족애를 담아낸 근대 화가들의 작품에 더욱더 관심과 경의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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