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노트
사방이 깜깜했다. 눈꺼풀을 무겁게 들어 올렸는데도 여전히 깜깜한 주변에 미나는 덜컥 겁이 났다. 그런데 누군가 미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엄마야?'
미나는 바람을 담아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적막뿐. 그럴수록 누군가 미나를 응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져만 갔다. 식은땀이 흘렀다.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과 동시에 더 이상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은 미나가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 뭐지? 여긴 어디지?'
미나의 마음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때 무언가 손에 닿았다. 무섭도록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운 살결이 느껴졌다. 당황스러웠다. 손을 뻗지도 거두지도 못하고 있을 때 희미가 목소리가 들렸다.
"미나야..........."
작은 목소리였다. 힘이 없었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이렇게 나눌 거냐고. 도대체 언제까지?!!!!!!!"
점점 더 커지는 목소리. 차가운 손이 미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미나의 손, 손목, 몸 전체를 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를 언제까지!!!!!! 나를!!!!!"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악몽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깨고 싶었다. 미나는 몸부림쳤다. 그러다 문득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 최수빈?'
그 순간 번쩍 눈이 떠졌다.
"하아..... 하아.... 하아....."
미나의 방 천장에 오래된 형광스티커가 보였다.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머릿결의 촉감이 느껴졌다. 미나의 심장은 아직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도대체 나를 언제까지 이렇게 둘 거냐고!!!!!!"
찢어지듯 미나에게 소리치던 최수빈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무엇이든 쓰면 이루어지는 노트에 제발 없어지라고 미나가 쓴 후로 최수빈은 학교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 설마? 내가 그렇게 노트에 써서 계속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런 어둠 속에서? '
미나는 책상 위에 노트를 바라봤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노트는 그저 가지런하고 조용했다.
'다시 최수빈을 깨어나게 해달라고 할까....?'
하지만 또다시 최수빈의 괴롭힘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는 웅크린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