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노트
삐삐삐삐
기계음 사이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웅성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 뭔가 지쳐있지만 따뜻한 것 같은 아니 최대한 따뜻하려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수빈 어머니"
"아, 네 선생님, 오셨어요"
"일단 지난번 MRI 검사 결과는 뇌 구조상 이상 소견은 없었습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뇌파 검사와 신경전도 검사를 추가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잠시 적막이 흐른 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런가요... 그럼 이번에는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 건지"
엄마의 목소리는 낮고 어두웠다. 그 후로 남자는 알 수 없는 용어들을 써가며 마치 초등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듯이 엄마에게 뭔가를 설명했다. 하지만 수빈은 알 수 있었다.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을. 엄마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들어도 듣지 않았다. 이해하고 싶지 않으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엄마의 그런 성향은 아빠와의 이혼 후, 더 심해졌다.
수빈은 언제부터인가 밖으로 돌기 시작했다. 예쁘장한 수빈이 SNS에 사진을 올리면 다들 좋아요를 누르며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쇼핑몰 모델을 하기도 했다. 집에 들어가면 관심과 응원을 받기 어려웠지만 밖은 달랐다. 언제부터인가 수빈은 집보다 SNS가 좋았다.
이혼 후, 일을 시작한 엄마는 수빈이 협찬을 받아 옷을 입고 사진을 올리면 돈을 받아오는 것을 기특해하기도 했다. 아빠는 가끔 연락이 오긴 했지만 꾸준히 만나기는 어려웠다. 아빠 말로는 사업 때문에 해외 출장이 잦다고 했다. 하지만 수빈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빠는 예전에도 출장이 있다고 집을 나섰지만 낯선 여자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수빈은 그날 아빠를 본 것을 차마 엄마에게 말할 순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았다. 엄마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즈음이었다. 엄마가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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