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노트
달려가는 미나를 보며 몇 차례 불러도 봤지만 결국 준수는 미나를 잡지 못했다. 사실 오늘 준수는 미나를 만나면 줄 게 있었다. 바로 어제 미나의 가방에서 떨어진 노트. 어제 오후 준수는 교문을 뛰어나가는 미나를 보았다. 그 뒤로 따라가던 준수는 길에 떨어진 노트 하나를 발견했다. 노란 노트. 아무래도 미나의 필기 노트처럼 보였다. 어제도 미나는 준수가 아무리 뒤에서 불러도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서둘러 사라졌다.
'어떻게 하지'
무심결에 준수는 노트를 열어보았다. 평범한 필기 노트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열어본 노트에는 많은 내용이 있지 않았다. 아니 거의 필기가 없었다. 얼마 안 되는 수학 공식들과 드문드문 이런 문장들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최수빈.... 제발 사라졌으면' '아빠가 승진했으면' '내가 전교 1등이 되었으면' '예뻐졌으면'
처음에는 남의 일기를 훔쳐본 것만 같은 기분에 얼른 노트를 덮었다. 하지만 노트를 덮고 나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 본 내용 중에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지만 놀랍다고 여겼던 미나의 전교 1등 사건이 소원으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최수빈.
준수는 그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잘 알고 지내던 아이는 아니었지만, 몇 달 전쯤부터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라졌으면'이라는 표현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설마 그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준수의 머릿속에서 불안한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준수는 다시 한번 노트를 열었다. 원래 준수의 성격이라면 미나에게 연락을 해서 노트를 떨어뜨렸다고, 내일 만나면 주겠다고 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준수는 이대로 노트를 돌려주는 게 망설여졌다. 이 미심쩍은 느낌을 없애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평소의 준수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이상하게 노란 노트가 준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준수는 커다란 백팩에 미나의 노트를 넣고, 편의점 알바를 하기 위해 돌아섰다. 그리고 어제 저녁,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책을 읽으며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학생이야?" "네"
준수가 대답했다.
"아저씨가 지금 카드를 놓고 와서 그런데 나중에 결제할 테니까 일단 저것 좀 줘 봐"
남자의 손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담배 진열대였다. 어쩌다 간혹 이른 저녁에도 진상 손님이 있긴 했지만 거의 한 달에 한 번꼴이었다. 아저씨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간 시선에는 검은 문신이 울퉁불퉁 움직이고 있었다. 준수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저, 그게... 사장님께 먼저..."
준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려는 순간, 남자가 카운터에 몸을 기댔다. 편의점 조명이 남자의 얼굴을 더욱 험악하게 만들었다.
"응? 뭐?"
그 한마디에 준수의 입이 얼어붙었다. 사장님은 혹시나 이런 진상을 만나면 일단 사장님께 전화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아저씨는 준수가 전화기에 손을 대는 순간 뭘 할지 알 수 없었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 있다 한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준수는 결국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꺼내 주었다.
"그래, 착하네"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담배를 받더니 편의점 문을 나서며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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