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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 왜 아직도 LOCK 모드
일까?

AI 시대에 살아남는 힘은 OPEN 교육에서 나온다

by 김성곤 교수

교실 안 시계는 밤을 가리키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멈추지 않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불안의 속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제 학벌은 끝났다.”

하지만 저는 다시 묻습니다.


정말 끝난 걸까요?

아니면, 그 힘이 점차 다른 모습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뿐일까요?



학벌의 힘,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가고 있다


대형 로펌, 의료계, 연구직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간판이 첫 관문을 열어줍니다.

그러나 구글·애플·테슬라 같은 기업들은 이미 학위보다 프로젝트 경험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간판이 보이지 않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즉, 학벌의 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간판이 열던 문은 닫히고, 스토리가 여는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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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불안의 아이러니


상담실에서 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사교육을 줄이고 싶은데,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불안합니다.”


그 불안은 욕심이 아니라 존재의 두려움에 가깝습니다.

간판만 있으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부모를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 세대에게는 “좋은 대학=좋은 직장=안정된 삶”이라는 등식이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아이 세대에게는 더 이상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점수가 아닙니다.

스스로 해냈다는 감각, 처음 자전거를 혼자 달리던 순간 같은 경험입니다.

그 기억이 있어야 실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자기 안에 힘이 있다는 확신이 자라납니다.

부모의 불안이 커질수록, 아이는 그런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성적은 남지만, 자아는 비어버리는 역설에 아이가 갇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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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비켜간 영역


AI는 이미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합니다.

정답 맞히기와 서열 경쟁에만 아이를 몰아넣는 것은, 아이를 AI와 같은 무대에 올려놓는 것과 같습니다.

그 무대에서 인간은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감과 정서 조절, 충동 억제, 창의적 문제 재정의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만의 몫입니다.

AI는 우리의 빠른 두뇌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눈빛과 떨림을 읽고, 실패를 스토리로 바꾸는 깊은 두뇌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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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 교육의 틀


한국 교육은 여전히 강의(Lecture), 순종(Obedience), 경쟁(Competition), 지식 위주(Knowledge Only)의 틀에 갇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LOCK 모드입니다.


성적은 오르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닫히고 있습니다.

OECD PISA(2018)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성취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행복도는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지식은 남았지만, 삶의 의미는 사라진 현실입니다.



OPEN 교육으로의 전환


AI 시대에는 더 이상 LOCK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AI 시대에는 LOCK이 아니라 OPEN 교육을 제안합니다.


Originality: 자기만의 독창성

Partnership: 협력과 공감

Emotion: 정서 지능

Narrative: 자기 스토리와 기여 경험


세계는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버드와 MIT는 점수보다 협력과 기여 경험을 평가합니다.

핀란드는 성적 대신 문해력과 정서를 교육의 중심에 둡니다.

맥킨지 보고서(2020)는 지식 노동의 절반 가까이가 자동화될 것이라 경고하면서, 사회적·정서적 기술의 폭발적 수요를 예측했습니다.


닫힌 교실에 머무른다면, 열린 세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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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키운 환상


한국 사회에서 학벌 신화는 여전히 미디어에 의해 강화됩니다.


드라마와 예능은 명문대 합격을 성공 서사로 소비합니다.

유튜브와 SNS는 ‘1등 공부법’ 같은 자극적 콘텐츠로 부모의 불안을 부추깁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불안을 팔아 이익을 얻는 불안 마케팅(anxiety marketing)입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점수가 곧 정체성이라는 왜곡 속에서 자랍니다.

공부는 성장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 되고 맙니다.



집에서 시작하는 작은 OPEN 루틴


OPEN은 추상적 구호가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오늘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Originality: “오늘 배운 걸 네 방식으로 설명해봐.” → 아이의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자랍니다.

Partnership: 가족이 함께 요리를 하고 역할을 바꾸어 본다. → 사회적 협력(social cooperation)을 배우게 된다.

Emotion: 오늘 기분을 색깔이나 노래로 표현해본다. →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확정됩니다.

Narrative: 작은 프로젝트라도 과정을 기록한다. → 아이의 내러티브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 쌓입니다.


이 작은 루틴들이 모여 아이의 스토리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앞으로 대학과 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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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에서 이야기로


결국 문제는 “학벌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내 아이가 세상과 어떤 의미를 나누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학벌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보장이 아니라 입장권입니다.

그 다음 문을 여는 것은 점수가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와 관계 맺는 힘입니다.


간판이 열던 문은 닫히고, 스토리가 여는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 앞에서 부모는 오늘 어떤 선택을 할지 묻고 있습니다.


결국 아이의 삶을 규정짓는 것은 성적표가 아니라, 세상과 맺어온 의미의 기록입니다.

간판은 잊히지만, 이야기는 남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아이를 시대와 연결시키는 유일한 다리가 될 것입니다.

교육은 더 이상 간판을 쌓는 일이 아니라, 세상과 나눌 이야기를 빚어내는 일입니다.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


이 글이 부모와 아이의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되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OECD, PISA 2018 Results


McKinsey Global Institute, Jobs Lost, Jobs Gained (2020)


Harvard & MIT, Admission Policy 발표 자료 (2019~2021)


Finnish National Core Curriculum for Basic Educatio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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